이란이 밝힌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의 이유

    • 기자, 조지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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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격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군 당국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이란은 레바논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이스라엘의 공습이 미국과 체결한 종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 간 합의에는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포함돼 있다.

이란의 발표 이후 미 중부사령부(CENTCOM) 대변인 팀 호킨스는 언론에 "선박 운항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미군은 이러한 상황이 유지되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후 6월 20일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21일 스위스에서 열릴 미국·이란 간 직접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출발했다.

밴스 부통령은 기자들에게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 및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에 대한 질문에 그는 "실제로 상황은 나아지고 있으며, 긴장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모두 안전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중동 지역 전체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이 "상대방이 약속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는 이번 협상 개막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총리실이 BBC에 밝혔다. 파키스탄은 전쟁 기간 내내 중재자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 4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이전 협상도 주최한 바 있다.

앞서 이번 주 미국과 이란 정상은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초기 합의에 서명했다. 이 합의는 레바논 문제를 포함해 즉시 효력을 발휘하며, 향후 60일 동안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한 추가 협상을 이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자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이란 군은 미국이 양국 간 14개 항의 양해각서(MOU) 가운데 첫 번째 조항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미·이란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BBC 베리파이(BBC Verify)'가 추적한 선박 운항 데이터에 따르면 20일 최소 5척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선박은 해협 인근에서 방향을 돌려 회항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운항이 오히려 증가했다며, 총 55척의 상선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발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새로운 휴전이 발표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3월 2일 재개된 이후 지금까지 4,05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이후 서로가 19일 발효된 휴전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스라엘군은 다음 날 성명을 통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해당 지역의 이스라엘군을 향해 50발이 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며, 이에 대응해 헤즈볼라 관련 표적 수십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매체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바리시 마을에서 일가족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20일 레바논 남부 전투 과정에서 자국 군인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앞서 레바논에서 병력을 철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며,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충돌은 이란과의 전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공격이 미국·이란 간 포괄적 합의를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레바논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비판해왔다. 레바논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공격을 가하면서 전쟁에 휘말리게 됐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자국을 공격한 이후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으며, 이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운반선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과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그리고 이들 국가의 고객들이 이용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이기도 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추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연간 약 6천억 달러(약 917조원) 규모의 에너지 교역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