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경제 논리가 만든 역대 가장 '극단적인' 대회

2026 북중미 월드컵: 경제 논리가 만든 역대 가장 '극단적인' 대회
    • 기자, 파이살 이슬람
    • 기자, 경제 에디터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9 분

역대 월드컵 가운데 정치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대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축구라는 아름다운 스포츠가 지금처럼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줄타기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이번 대회의 주 개최국은 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한 국가와 전쟁 중이어서, 해당 대표팀은 경기 때마다 이웃 국가에서 국경을 넘어 통근하듯 이동해 경기를 치러야 한다.

2026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전례 없는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실제로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열리는 개막전부터 뉴저지 멧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결승전까지의 기간 동안, 세 나라는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재협상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월드컵과 후원사들, 그리고 지난해 자신의 백악관 복귀가 미칠 영향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배했기에 이번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을 모두 임기 중에 맞이하게 됐다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교전이 다시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비교적 직설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는 새로운 공습 계획을 취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임박했다고 했다. 불과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란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 상황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평화상을 받았고, 이후 이란과 전쟁을 하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경제에 충격을 안겼다. 그러다보니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이 포함된 결선 토너먼트 기간에 미국과 이란이 맞붙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월드컵 기간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만약 이번 월드컵이 긴장 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는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실제로 세계의 주요 경제 갈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전 세계 축구 팬들 앞에 또 다른 경제적 퍼즐이 등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퍼즐은 축구 산업의 경제 구조를 뒤흔드는 대대적인 개편이자, 세계 주요 경제국들이 점차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팬들의 부담

과거 스코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했던 전설적인 감독 족 스타인은 "팬이 없다면 축구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세계 최대의 축구 축제를 찾아온 일부 팬들은 순위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경기를 위해 전례 없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심지어 경기장까지 가는 열차에 과거 경기 입장료에 맞먹는 돈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뉴저지 대중교통 열차다. 평소 왕복 12.90달러(약 2만원)면 충분했던 열차 요금이 이번 대회 기간에는 무려 100달러(약 15만원)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팬들이 이처럼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이유는 이번 대회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주로 미식축구 경기장을 활용한다. 전체 경기의 4분의 1만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개최된다. 그 결과 미국식 스포츠 산업의 운영 방식이 이번 월드컵에 어쩌면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는 FIFA에 '아름다운 스포츠'였던 축구를 사실상 '돈이 되는 사업'으로 바꿔 놓고 있다. 경제성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월드컵은 역대 가장 큰 파급효과를 낳는 대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영향력이 개최국의 경기 부양 효과나, 자국 대표팀의 선전에 고무된 국민이 소비를 늘리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대회는 선진국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K자형 경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에 가깝다. K자형 경제란 사회 내 서로 다른 집단이 극명하게 다른 경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알파벳 K처럼 한 선은 위로 뻗어 오르고, 다른 한 선은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가격 책정 방식을 바꿔 일종의 경제적 혁신을 시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이 방식이 특정 부류의 팬들, 즉 앞서 언급한 그래프에서 위쪽 선에 해당하는 집단에 훨씬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 물론 FIFA의 설명은 다르다. FIFA는 이렇게 거둬들인 막대한 티켓 수익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들의 축구 발전을 위해 '로빈 후드'식으로 재분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장 거대한 토너먼트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거대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장들이 사용되고,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경기 수도 사상 최다를 기록하게 됐다. 전 세계 TV 시청자 수 역시 역사상 어떤 스포츠 이벤트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밴쿠버에서 멕시코시티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심지어 우승팀이 대회 기간 이동해야 하는 총거리가 지구 지름에 맞먹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티켓 가격 또한 어마어마하다. 세계 어느 무대에서 최고 수준의 축구를 관람하는 비용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대회의 가격은 압도적으로 높다. 결승전 티켓 가격은 수만 달러에 이르며, 대회 초반 주목받는 조별리그 경기의 평균 티켓 가격도 약 1000달러(150만원) 수준이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국가 간 경기의 경우에도 "저렴한" 표가 수백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 창출의 기회인 셈이다.

이번 대회는 이 같은 초대형 이벤트의 입장권 가격 책정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은 이미 콘서트와 일부 스포츠 경기에서 도입된 바 있지만, 이처럼 거대한 규모로 적용된 적은 없었다.

미국인들은 월드컵에서 겨루는 종목을 '사커(Soccer)'라고 부르지만, 이번 대회의 경제 모델은 분명 '풋볼(American Football)'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미식축구리그(NFL)에서 좌석 가격은 수익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장을 매진시키는 것보다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다. 미국에서 스포츠 관람은 철저히 프리미엄 상품으로 가격이 책정되며, 최근에는 경기장 수용 인원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과거 일반 관람석이 있던 공간을 없애고, 수십억 달러를 들여 고급 스위트룸과 라운지로 대체하는 리모델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현장에서 관람하는 경험은 정규 시즌 경기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공급 자체가 매우 희소하다. NFL의 경우 한 시즌 홈경기가 단 9경기에 불과한데, 이는 유럽 주요 프로축구 리그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NFL에서는 한 경기 한 경기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구단들이 티켓 수익을 극대화하는 핵심 수단이 됐다. 특히 NFL에서는 막대한 TV 중계권 수익이 일반 축구 리그보다 훨씬 균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각 구단은 자체 수익원인 티켓 판매에 더욱 집중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미국 내 개최 경기장 11곳이 모두 NFL 경기장인 만큼, 미국식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종목인 축구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월드컵과는 크게 다르다. 그동안 월드컵 유치의 핵심 명분 가운데 하나는 교통망 확충과 경기장 신축·증축 등 새로운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촉진한다는 데 있었다.

2026 월드컵은 일본의 미야기 스타디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스타디움(그린포인트), 그리고 아마존 한복판에 건설된 3억 달러(4558억원) 규모의 마나우스 경기장과 같은 '백색 코끼리(White Elephant)' 문제를 피하고자 기존 시설 활용 중심의 자산 경량화 전략을 채택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건설 비용을 주로 개최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대신 개최국들은 글로벌 시대에 이러한 투자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경기장들은 모두 대회 이후 안정적인 활용 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26 월드컵은 멕시코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이러한 기존 개최 논리를 사실상 뒤집었다. FIFA는 미식축구 팬들의 자금으로 이미 건설된 경기장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미국식 가격 정책을 도입해 수익을 적극적으로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대회에서는 납세자의 세금과 정부 부채가 경기장 건설 비용을 부담했다면, 2026년 대회에서는 그 비용을 사실상 관중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늘어난 경기 수와 대형 경기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높은 티켓 가격 덕분에 FIFA의 수익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에서 티켓 판매와 호스피탈리티 부문이 정확히 얼마의 수익을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당초 예상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의 9억2900만달러(약 1조4113억원)에서 세 배 이상 증가한 30억달러(4조5576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 노트르담대 경제학 교수이자 스포츠 금융 전문가인 리처드 시언은 이번 월드컵의 티켓 및 호스피탈리티 수익이 70억달러(10조6344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의 약 7배 규모다. 그는 경기당 티켓 수익 역시 지난 대회의 1500만달러(약 228억원)에서 단순히 두 배 수준이 아니라 거의 다섯 배에 가까운 7100만달러(약 1079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수익이 개최 도시나 경기장 소유주, 참가 팀, 선수들에게까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1994 미국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개최 도시들이 늘어난 티켓 수익을 나눠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이미 정해진 금액에 임대를 마쳤고,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상금 규모도 이미 확정돼 있다. 결국 개최 도시들은 대회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1994 미국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지낸 앨런 로텐버그는 BBC 월드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직접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1994년에는 FIFA가 글로벌 마케팅과 TV 중계권 수익만 가져갔고, 대회 운영은 미국축구연맹(USSF)에 맡겼습니다. 연맹은 대회 운영을 위한 별도 법인도 설립했죠."

"당시 미국에는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전담 조직이 있었습니다. 또한 티켓 판매권뿐 아니라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부 스폰서십 권리와 라이선스 사업권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개최 도시들은 대회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치안·교통 비용이라도 회수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발 환승 열차 요금은 한때 평소의 10배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조정돼 현재 98달러(약 14만8900원)가 됐고, 보스턴 노선은 80달러(약 12만1500원)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공식 주차 요금만 175~225달러(약 26만~34만원)에 이른다.

이는 2022년 카타르, 2010년 독일, 2002년 일본,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티켓 소지자들에게 무료 대중교통 이용 혜택이 제공됐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특히 2002 일본 월드컵에서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신칸센 역에서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길목에 줄지어 서서 팬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막차가 끊긴 뒤에는 팬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이 사비로 택시비를 내줬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비판이 제기되자 FIFA는 각국 축구협회를 통해 약 60달러(9만원) 수준의 저가 티켓도 일부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따로 있다. 바로 암표 시장을 FIFA의 공식 판매 체계 안으로 흡수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제 대부분의 팬은 자신이 구매한 티켓을 가격 상한 없이 재판매할 수 있으며, FIFA는 이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양측으로부터 각각 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에 FIFA 자체 블록체인 기반의 NFT 연계 디지털 수집품 시스템을 통해 배정된 티켓도 존재했다. FIFA는 이에 대해 암표상이 가져가던 프리미엄을 공식 체계 안으로 흡수해, 그 수익을 FIFA와 전 세계 축구계에 환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익은 우선 FIFA의 준비금으로 적립된 뒤 전 세계 축구계에 재분배될 예정이다. FIFA는 이러한 풀뿌리 축구 지원 기금이 인프라 개선과 유소년 육성에 기여했으며, 그 결과 인구가 적은 카보베르데도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FIFA는 통상 이러한 발전 기금을 211개 회원국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이 때문에 몬세라트와 같은 소규모 섬나라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기도 한다. 이는 주민 1인당 약 500달러(76만원) 규모다. 이러한 균등 분배 모델은 1990년대부터 존재해 왔으며,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더욱 강화됐다. 이 제도는 '1국가 1표' 원칙에 기반하고 있으며,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도 같은 투표 방식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의 이야기다. 만약 투자 은행 니덤의 추정이 맞다면 FIFA의 연간 수익은 현재 약 39억달러(5조9249억원) 규모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예산을 넘어 유엔(UN) 핵심 예산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전례 없이 높은 티켓 가격 덕분에 FIFA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은 분명해 보인다. 이론적으로 이 자금은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거의 없고, 비싼 티켓을 구매해 현장을 찾을 팬도 많지 않은 국가들에까지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FIFA 회장 선거나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각각 한 표를 행사한다. 가치 측면에서 볼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금, 이 같은 상업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역시 존재한다.

과연 경기장이 관중으로 가득 찰 수 있을까. 전 세계 48개국에서 모인 팬들이 전설적인 감독 족 스타인이 말했던 축구의 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니면 FIFA가 지난해 클럽 월드컵에서 그랬듯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티켓 가격을 11달러(약 1만7000원)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질까. 여기서 여전히 불분명한 점은 FIFA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모델이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전석 매진을 목표로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시장 가격을 적용해야 한다"며 축구계 역시 이 "매우 특수한 시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매 가격 상한을 없애고 수요에 따라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은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FIFA가 스스로 선택한 방향이기도 하다.

아주 다른 모델

유럽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파리 생제르맹 등은 골대 뒤편 양쪽 끝 좌석은 저렴하게, 경기장 중앙선(하프라인) 부근 좌석은 기업용(VIP) 기준으로 매우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유럽식 가격 모델을 채택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저렴한 좌석에 앉은 열성팬이 만들어내는 응원 열기와 함성을 하나의 볼거리로 활용해 기업 VIP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러한 축구 특유의 열기와 낭만이 사라질 위험이 존재한다.

월드컵 입장권 가격 구조에 대한 시장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비선호 경기 티켓의 재판매 가격이 떨어지는 사례가 확인된다. 예를 들어 액면가 471파운드(약 96만원)인 티켓 2매가 FIFA 공식 재판매 플랫폼에 정가 대비 64% 저렴한 171파운드(약 35만원)에 올라왔다.

또한 뉴저지행 98달러(약 14만9000원) 환승 열차 티켓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리고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주 사법 당국과 EU는 FIFA의 티켓 판매 전략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월드컵 결승전 개최지의 최고 검찰관인 제니퍼 대븐포트 뉴저지주 법무장관은 이번 상황을 "혼란과 가짜 품절 마케팅,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인한 삼중고"라고 비판했다. 다만 주 정부의 사법 권한이 스위스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 FIFA에까지 미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FIFA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남은 의문은 FIFA의 이번 가격 책정 실험이 '임계점을 넘어섰는가'이다. 2030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 개최 도시 팬들이 이번처럼 높은 티켓 가격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영국과 아일랜드 당국은 유럽 최고 축구 강국들이 맞붙는 유로 2028에서 가변 가격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사건이 AI를 활용해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개인 맞춤형 가격제' 도입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일부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특정 구역 좌석을 대상으로 가변 가격제를 시범 도입하고 있다. 이는 충성도가 높은 팬이 정가로 시즌권을 구매하던 기존 모델을 벗어난 것이다. FIFA의 실험이 성공으로 평가되면, 미국 NFL계 구단주가 소유한 유럽 축구 구단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축 경기장 건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K자형 경제

전 세계가 참여하는 축제에 미국 NFL식 상업주의 모델이 이식됐다. 분석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상위 10% 부유층의 소비 호황이 전체 소비 지출의 절반을 견인하는 반면, 다른 소득 계층은 정체하거나 위축되는 'K자형 경제' 현상이 나타난다. 이번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이러한 경제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상위 10% 소비층의 지갑을 겨냥하여, 한때 노동자 계층도 함께 누리던 축구 관람 경험을 특정 계층 전유물로 바꾸는 수단이 되고 있다.

많은 개최국이 기대하는 전통적인 월드컵 경제 효과는, 경기장에서 느끼는 사회적 만족감이 소비심리와 산업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개최국의 성적이 좋을 때 이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탈락 시에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최근 미국 고용 통계에서도 월드컵으로 인해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는 징후가 관찰됐다. 그러나 미국 경제 규모와 AI 투자 호황을 고려하면,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요르단과 알제리 경기의 이정표가, 수조 달러 규모 AI 기업의 IPO(기업공개)로 들썩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주목을 끌기는 어렵다.

월드컵 개최 도시 신청을 철회했던 미국 주요 대도시 시카고의 람 이매뉴얼 전 시장은, FIFA가 티켓 수익을 전액 가져간 데다 일부 개최 도시에서 호텔 예약률이 감소한 것을 보면서 당시 결정을 옳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월드컵 경기 대관이 아니었다면, 많은 스타디움은 이미 대형 콘서트 관객으로 전석 매진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는 기존 스타디움을 임대해 치르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급증한 입장권 수입 대부분도 FIFA로 귀속되기에, 잠재적 경제 효과는 주로 소비심리 개선에 국한될 것이다. 영국의 경우, 수년간 지속된 정치·경제 위기 상황에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대표팀의 좋은 성적은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다. 유통 및 서비스 업계는 이에 맞춰 매출 증가를 기대하며 준비에 나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시장 조사 기관 칸타는, 국민이 집에서 축구를 시청하며 먹거리를 비축한 덕분에 대형마트 방문 횟수가 추가로 약 1300만 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 경기가 몰려 있어, 영국의 생산성에 일부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스코틀랜드 대표팀과 아이티 조별리그 경기를 국민이 편하게 응원할 수 있도록, 이미 해당 월요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많은 이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지속되는 시사 뉴스의 피로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의 특이한 정책이 사실상 더 넓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다만 세계 경제는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이번 축구 축제의 씁쓸한 배경이 되고 있다. FIFA는 축구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가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례적 월드컵이 어쩌면 새로운 세계 질서의 혼란 속에서 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확신이라기보다는 일말의 염원에 가깝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축구 팬들에게 특히 친숙한 그런 감정이다.

최상단 사진: IMAGN IMAGES/Reuters Con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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