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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북한인권단체가 미국으로 본부를 옮긴 까닭은?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한국의 민간단체 '노체인'이 최근 본부를 미국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시행 이후 국내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광일 '노체인' 한국 지부장은 BBC 코리아에 "최근 단체 본부를 미국 워싱턴으로 옮겼고 미국 정부의 지정기부금 단체 등록까지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특히 "비공개로 조용히 활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경찰차가 따라다녔고 여러 차례 불법 사찰까지 당하면서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선 북한인권활동을 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노체인은 원래 한국에 본부를 두고 3년 전 미국 워싱턴에 지부를 열어 활동해 왔지만, 이번에 아예 본부를 미국으로 옮기고 한국 사무실을 지부 형태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정광일 지부장은 "북한 내부의 민주화 세력을 이끌어내고 내부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보를 접하고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노체인을 유엔 지위를 가진 단체로 신청하려 한다"며 "이제 미국 단체가 됐으니 만약에 또 한국 정부가 사찰 및 감시를 한다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체인은 한국은 물론 제3국에서 쌀병에 쌀과 여러 외부 정보를 담은 USB 등을 넣어 바다 조류를 이용해 북한으로 흘려 보내는 활동 등을 해왔다.
김여정 비난 이후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통과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후 3개월 뒤인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행위, 시각매개물 게시 행위 및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지사항을 위반한 자는 처벌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앞서 한 탈북 단체는 지난해 5월 31일 김포에서 전단과 소책자, 미국 달러 등이 담긴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닷새 뒤 "남조선 당국은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의 발표 직후 청와대는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위한 정부 입법안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인권 활동가들은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물리적인 감시와 탄압보다 정부가 해야 할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기반한 단체들과의 협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능력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2년 전 북한에서 탈북한 어부들을 제대로 된 조사나 합법적인 권리 보장 없이 곧장 북송 시킨 것만 봐도 현 정부가 북한 인권이나 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주민 안전 vs 정보 접근의 자유
한국 외교부는 대북전단 금지법 통과 직후 이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한 북한 당국이 접경지역에 대한 무력 시위를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북 단체들은 전단 살포 때마다 접경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파주와 김포 등 최북단 접경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평화롭게 살아가는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체의 적대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권이 대북 단체들의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와 부딪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정보 접근' 차원에서는 대북전단이 북한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잦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기준과 자유권 규약 등을 볼 때 한국 정부가 취한 전단살포금지법이 과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직무집행법에 따라 전단살포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 굳이 징역 3년 등의 처벌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
이 연구위원은 "정권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의 합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더욱 더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대북단체들은 지난 3월 전단살포 금지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