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돼지 심장 살렸다… 장기이식 판도 바뀌나

    • 기자, 제임스 갤러허
    • 기자, BBC 건강·과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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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지난 3일(현지시간) 죽은 지 1시간이 지난 돼지의 장기를 부분적으로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래 의학 기술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다.

해당 기술이 앞으로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더 많은 장기를 이식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이식 수술까지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실로 놀라우며 굉장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심장 박동이 멈추면 신체는 산소를 포함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장기가 부풀어 오르고 혈관이 망가지고 장기를 이루는 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기존에는 세포의 죽음을 빠르게 일어나고 영구적인 과정으로 여겼으나, 이번 예일대 연구진은 사후 1시간이 지난 동물의 세포가 입은 손상을 일부 복구할 수 있었다.

네나드 세스탄 교수 "죽었어야 했던 여러 주요 장기 세포의 일부 기능을 복구했다"고 설명했다.

"(1시간이 지났으니) 이들 세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여야 하지만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뇌에서 전신으로

연구진은 지난 2019년 돼지 뇌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이룬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선 '오르간엑스(OrganEX)'라는 기술을 통해 뇌뿐만 아니라 돼지 몸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기술은 다음과 같은 물질 및 장치를 포함한다.

  • 산소를 몸 안에서 운반하기 위한 혈액 모방 특수 용액. 응고되지 않기에 망가져 가는 혈관 안에서 돌아다닐 수 있다
  • 13가지 화합물이 섞인 용액. 세포 사멸(아포프토시스) 과정을 지연시키고 면역계 활동을 억제하는 용도다
  • 살아있는 심장의 맥박처럼 혈액을 규칙적으로 펌프질하는 장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이번 실험은 돼지 100여 마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사전에 윤리적 승인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돼지들을 깊이 마취시킨 다음 심장을 정지시켰다. 죽은 지 1시간이 지난 돼지를 '오르간 엑스' 시스템에 연결해 6시간 동안 화합물을 투여했다. 실험 내내 돼지는 마취된 상태였다.

6시간 뒤 돼지를 해부해 심장, 간, 신장과 같은 장기를 검사한 결과 부분적으로 일부 기능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의 전기적 활동이 다시 감지됐으며, 일부 심장 근육 세포는 수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살아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은 아니었다.

즈보니미르 브르셀자 박사는 "기존에 생각하던 죽음의 상태가 아니었다. 이번 실험을 통해 분자 수준에서 실제로 죽은 세포를 복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포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중간에 마취된 돼지의 머리와 목이 움직이기도 했다고 한다. 운동기능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으나, 이에 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안드리예비치 박사는 "매우 놀라운 순간"이라면서도 "돼지는 어떠한 정신적 활동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9년 뇌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실험에 쓰인 돼지의 뇌에도 회복의 흔적이 발견됐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왔음을 보여주는 뇌파나 전기적 활동은 감지되지 않았다.

의학적 진보?

해당 기술이 사람에게 실제 적용하기 전까지는 상당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목표는 이식할 장기를 양호한 상태로 더 오래 보존해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스테판 라탐 예일대 '생명윤리 학제간 센터' 소장은 "이 기술이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한 이후 보존과 관련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 장기적인 목표로는 해당 기술을 사용해 이미 사망한 지 몇 시간이 지난 사람에게도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고, 또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연구에 대해 뉴욕대 샘 파니아 중환자 치료·소생 연구에 관한 책임자는 "진실로 놀랍고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의 경험에 대한 보고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니아 박사는 이번 기술을 통해 익사나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해 몸에 산소가 부족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시간을 더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죽은 지 몇 시간 이후에도 이들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