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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AI 회사는 왜 내 뉴욕 아파트를 공짜로 청소했을까
- 기자, 아치 미첼
- 기자, BBC 비즈니스 기자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카메라를 단 청소부들과 개인 요리사가 첨단 촬영 장비를 착용한 채 당신의 집에 찾아오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렇다고 당신이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올더스 헉슬리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디스토피아 소설 속 세상에 들어온 것도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AI 기업들이 무료 청소·요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람들의 집으로 직원을 보내고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요리·청소 로봇을 훈련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집 안 구석구석이 촬영된다.
AI 기업 마이크로 AGI가 운영하는 '시프트(Shift)'는 차세대 자율형 로봇 개발에 뛰어든 여러 기업 가운데 하나다. 기술업계는 미래의 로봇이 설거지부터 입주형 돌봄 서비스까지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기자의 집에는 20대 중반의 대학 졸업생 두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스타트업 업계를 전전하다 일자리를 찾던 사람들이었다.
무료 청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아 이들은 사실상 뉴욕에 상주하며 주 5일, 하루 평균 5가구를 청소하고 있다.
이들이 일반 청소부와 다른 점은 단 하나다. 모자에 카메라가 부착돼 있고, 이 카메라는 케이블로 휴대전화와 연결돼 있다.
이 서비스의 주된 목적은 손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있다. 미래의 로봇이 사람처럼 손을 사용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청소부들은 일하는 내내 자신의 손동작에 유독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시프트의 창업자 베르잔 킬리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데이터 수집의 목표는 "인류의 발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챗GPT와 같은 기존 AI 모델을 예로 들었다. 챗GPT는 인터넷에 공개된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주방과 거실, 그리고 그 안의 도구들은 모두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로봇 역시 서로 다른 공간과 물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킬리치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물건이 다르고 조명도 다릅니다. 몇 시간 전과 완전히 같은 환경은 존재하지 않죠. AI 모델은 손과 카메라, 그리고 주변 환경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시프트의 사업 모델은 가정 내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익명화한 뒤 로봇 기업과 다른 AI 기업들에 판매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당 데이터를 로봇 훈련에 활용한다.
킬리치는 궁극적으로 시프트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기술이든" 무료 또는 할인된 형태로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뉴욕에서 아파트 청소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에서는 정비사들이 자동차를 수리하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미래의 인간형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일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어 보인다. BBC는 앞서 전장에서 인간 병사를 지원하기 위한 로봇 개발 사례도 보도한 바 있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무료 서비스와 맞바꿔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집 안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권리 옹호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로리 미어 개방형 접근·기술 커뮤니티 참여 책임자는 기업들의 '사생활 대가 거래(pay-for-privacy)'와 '데이터 미끼 제공(data-bribing)' 관행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제공한 데이터는 결국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을 신뢰하더라도 해당 정보가 다른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 공유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개인 데이터가 광고와 감시 기반 가격 책정 같은 착취적 관행에 활용되며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데 사용되는 시대를 경험해 왔다"고 지적했다.
미어는 또 데이터 제공 행위가 결국 "이용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을 수도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영리 단체 전자개인정보정보센터(EPIC)의 AI·인권 프로그램 책임자인 캘리 슈로더는 시프트의 사업 모델에 대해 "사생활 침해를 판매하는 악마적으로 창의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수집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기술이 언젠가는 청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료 아파트 청소 서비스가 제공하는 혜택은, 기업이 가치 있는 데이터 세트를 구축해 판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수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슈로더는 "사람들은 가정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 얼마나 많은 민감한 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반길 것이라 기대 안 해'
하지만 킬리치는 시프트가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해 "단연 가장 솔직한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관행을 언급하며 "여러분의 데이터는 매일 사용되고 있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무료 서비스는 적어도 이용자가 그 대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 관계는 그만큼 솔직하고 명확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모든 사람이 이를 반길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시프트의 사업 모델이 사생활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일부는 이를 AI 혁명에 직접 참여할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자의 집을 청소한 직원들은 AI가 노동 시장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변화에 일찍 적응하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촬영·모니터링 장비를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보내줬다. 그의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면서 자신의 시점에서 영상을 촬영해 회사에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이들에게 뉴욕 지역 청소 노동자의 평균 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 곳곳의 아파트를 오가며 청소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 Z세대 직원들은 단순히 임금 때문만이 아니라, AI 산업의 성장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듯했다. 설령 그것이 매일 여러 가정을 돌며 손에 물을 묻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