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트코인으로 원유·천연가스 결제 허용 고려 중

    • 기자, 애나벨 리앙
    • 기자, BBC 비즈니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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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자발니 러시아 하원 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발니 위원장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들의 암호 화폐나 구매국 통화를 이용한 에너지 대금 결제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른바 '비우호적인' 국가에는 앞으로 러시아 루블화만을 받고 천연가스를 수출하겠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행보는 올해 20% 이상 폭락한 루블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대러 경제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루블화 가치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는 한편, 러시아 국민의 생계가 빠듯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원유 수출 규모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발니 위원장은 지난 24일 에너지 수출 대금 결제와 관련해 대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재에 참여 하지 않은 우호적인" 국가의 예시로 중국과 터키를 들었다.

자발니 위원장은 "중국과 원유 거래 시 루블화나 중국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삼자고 오랫동안 제안해왔다"라면서 "터키와는 터키 리라화나 루블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발니 위원장은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으로도 거래할 수 있다"라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스크 증가'

전문가들은 물론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만, 유명 암호 화폐를 국제 교역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면 러시아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브로드스톡 싱가포르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전례 없는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제재의 영향을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라면서 "경제를 떠받칠 힘이 여러 차원에서 필요하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가치가 크게 성장하는 자산으로 일컬어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브로드스톡 연구원은 올해만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 폭이 무려 30%인 점을 지적했다. 이에 비해 미국 달러의 가치는 유로화 대비 5% 이내에서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브로드스톡 연구원은 "천연가스 거래 대금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하면 기존 통화 대비 상당한 리스크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주요 '우호적인' 교역 상대국은 중국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는 암호 화폐 관련 거래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을 사용한 지불 가능성을 명백히 제한하는 요소입니다."

한편 러시아 재벌들이 제재를 피하고자 가상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은 가상 화폐 거래소에 러시아 사용자들의 접근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거래소가 이를 거절했다.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일부 일반 러시아인들은 자국의 루블화가 붕괴하면서 암호 화폐를 생명줄 삼아 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암스트롱 CEO는 "이러한 러시아 국민 중 다수가 러시아가 현재 벌이는 일에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접근을 막는 것은 러시아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천연가스를 팔 때,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는 지난 23일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루블화 가격은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존 천연가스 계약에서 결제 통화는 대부분 유로로 돼 있다. 러시아가 이러한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EU는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