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의 이스라엘 인정이 원자력 협정의 조건'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로버트 그리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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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과 사우디가 최근 협정을 체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협정은 사우디의 이스라엘 인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 민간 원자력 협정은 비군사적 용도로만 한정되며 … 승인될 것이나, 이는 전적으로 사우디가 매우 존경받고 성공적인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력 협정 문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아브라함 협정 가입 조건이 명시돼 있는지, 혹은 사우디가 해당 조건에 동의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사우디 측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사우디 지도자들에게 이 조건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사우디 측에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원자력) 협상이 무산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따라서 사우디 측 관계자들과 이러한 논의를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3일 발표된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미 불안정한 중동 내 핵 확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나왔다.
민주당 의원 및 일부 공화당들도 유사한 우려를 제기했으나,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협정 반대 세력이 이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번 원자력 협정은 "평화적인 원자력 협력 협정"으로, 양국은 "양자 안전조치 협정"도 체결했다.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이 두 협정은 핵 비확산을 비롯한 여러 우선적인 경제·전략적 목표를 추진하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양국) 파트너십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협정은 이제 미 의회로 넘어가 심사를 거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3일, 미국과 사우디가 "양자 간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이와 관련해 IAEA에 검증 조치 이행을 요청할 계획"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IAEA는 이러한 검증 요청을 받게 되기를 기대하며, 관련 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미국과 사우디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은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과 두 아랍 국가 간 관계가 정상화됐는데, 이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수단, 모로코, 카자흐스탄도 이 협정에 서명했다.
과거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조건 없이는 해당 협정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백악관은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원자력 협정도 무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성명을 환영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X를 통해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은 "중동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리실은 미국과 사우디 간 원자력 협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니르 바르카트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은 앞서 사우디가 평화적 목적으로 원자력을 보유한다면 이스라엘은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인사들도 있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군사적 핵 프로그램은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또한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미-사우디 협정을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으로 규정하며, 이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 문제는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의 핵심 쟁점이다. 이란 측은 핵무기를 개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왔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8년 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핵무기를 확보할 계획은 없지만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도 가능한 한 빨리 뒤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원자력 협정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언론들은 이번 협정을 통해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도 허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라늄은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지만, 잠재적으로는 핵무기 제조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마리 켈라닉은 미국이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게 된다면 "상당히 충격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켈라닉은 "미국은 이전에 그런 전례가 없다. 타국이 그들의 영토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하도록 도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이 직접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위협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