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리뷰: '야성적인 한국 블록버스터'…2026년 반드시 봐야 할 괴수영화

사진 출처, Neon
- 기자, 니콜라스 바버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2 분
한국 영화 사상 손꼽히는 제작비가 투입된 '호프(Hope)'는 숨 돌릴 틈 없는 질주로 시작하는 SF 대작이다. '터미네이터', '프레데터', '에이리언 2', '아바타'를 한데 뒤섞은 듯한 작품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작은 대개 깊이와 지성, 정치적 문제의식으로 주목받는다. 끈적거리는 거대 트롤을 쫓아 경찰차가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올해는 예외가 있다. 바로 2026년 반드시 봐야 할 몬스터 영화, 야성적인 한국 블록버스터 '호프'다.
하지만 '호프'는 단순한 몬스터 영화가 아니다. 한국 영화 사상 손꼽히는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현대극에서 서부극으로, 액션 스릴러에서 공포영화로, 다시 SF 대작으로 쉼 없이 장르를 넘나든다. 그러면서도 1970년대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자극적인 볼거리를 앞세운 B급 장르영화) 특유의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와 컬트 영화의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나홍진 감독은 다작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다. 그의 전작 '곡성'이 2016년에 개봉했으니, 어쩌면 그래서 이번 작품에 이토록 많은 것을 담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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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배경 설명에 시간을 쓰지는 않는다. 황정민이 연기한 주인공은 '호포항'이라는 낙후된 시골 마을의 경찰서장이다. 시대적 배경은 1970~80년대로 짐작될 뿐,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사냥꾼들은 발톱에 할퀸 듯한 깊은 상처가 난 채 죽은 소가 발견됐다고 알린다. 호랑이나 곰을 쫓기 시작한 것도 잠시, 그는 곧 '고질라' 프리퀄과 좀비 아포칼립스 스릴러(좀비로 문명이 붕괴하는 재난물을 뜻한다)의 중간 어디쯤 있을 법한 상황에 휘말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마을을 휩쓸고, 경찰서장은 마을 곳곳에 남겨진 참혹한 파괴의 흔적을 따라 몰입감 넘치는 추적을 이어간다.
영화의 첫 한 시간은 숨 돌릴 틈 없는 롤러코스터다. 겁에 질린 가족이나 정부 과학자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장면은 없다. 오직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추격과 타이어 마찰음, 총성이 이어질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연상시키는 거친 경찰서장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괴물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괴물의 모습이 영화가 시작된 지 40여 분이 지나도록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괴물의 실체가 드러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CGI(컴퓨터 그래픽) 탓에 '호프'는 종종 비디오게임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생한 실사 액션이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새로운 스턴트 디자인상이 2028년에야 신설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영화 속 과감한 자동차 추격과 승마 액션이라면 충분히 후보에 오를 만하다.
호프(Hope)
감독: 나홍진
출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러닝타임: 2시간 40분
경찰서장이 카리스마 넘치는 두 조력자, 무법자인 사촌(조인성)과 열정적이고 중무장한 부관(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정호연)의 도움을 받아 숲속으로 괴물을 추적해 들어간 뒤 무엇이 드러나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맡은 기묘한 카메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홍진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제임스 캐머런의 팬인 듯하다. '터미네이터', '프레데터', '에이리언 2', '아바타'를 여러 번 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인간의 나약함과 편견을 향한 자신만의 진지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유머를 더했다. '호프'에는 숨 막히는 액션뿐 아니라 깊이와 지성, 그리고 분명한 정치적 문제의식도 담겨 있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두 시간 반이 조금 넘는 숨 가쁜 여정을 마치고도 영화가 너무 갑작스럽게 끝난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 시간가량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속편이 준비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홍진 감독의 다음 작품을 위해 또다시 10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저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