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만은 피하고 싶다'…BBC에 걸려온 사우디아라비아 사형수들의 전화

- 기자, 아클릴루 트세가이
- 기자, BBC 티그리냐어 서비스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5 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수 감방에 있는 전화로 BBC와 어렵게 연결된 젊은 에티오피아 남성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한 하브톰은 남부 도시 카미스 무샤이트의 교도소에 3년 넘게 수감돼 있다.
뒤에서 다른 수감자들이 소리치는 가운데 그는 도움을 호소했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에티오피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하브톰은 "수감자끼리는 서로를 위로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우는 것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일부 동료 수감자들은 더 나은 삶을 찾겠다는 희망을 품고 고국의 전쟁과 빈곤을 피해 떠났다.
그러나 지부티와 예멘을 거친 여정은 결국 그를 감옥으로 이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교도소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처형될 위기에 놓인 에티오피아인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던 일부 수감자들은 BBC 티그리냐어 서비스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했다. BBC는 이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에티오피아인이 수십 명, 많게는 2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 가운데 모두 7명과 통화했다.
파키스탄인과 수단인, 요르단인 등 다른 외국인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올해 첫 7개월 동안 처형된 에티오피아인은 17명으로, 사우디인이 아닌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5명은 지난 20일(현지시간)에 처형됐다.
국제앰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2년 전 처형된 에티오피아인은 2명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35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정확히 왜 이런 증가세가 나타났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2022년 말까지 2년간 잔혹한 내전이 이어져 큰 피해를 입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나 아흐메드 국제앰네스티 연구원은 BBC에 "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약 관련 범죄에 사형을 적용하는 사례를 확대해 온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BC가 통화한 사람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티그라이 출신인 하브톰은 대마의 일종인 해시시를 밀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유죄 판결이 사형 선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 리프리브와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앰네스티 등은 이 같은 사건에서 적법한 사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아흐메드 연구원은 피고인들이 변호사나 재판 서류에 접근하지 못하며, 통역이 제공되더라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항소할 권리가 있지만, 변호사가 없으면 항소장을 제출할 수 없고 "결국 형이 자동으로 확정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선고부터 대법원 심리, 국왕의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사법 절차 전반에 투명성이 거의 없습니다. 사형수와 그 가족들은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 남겨집니다."
하브톰은 변호사와 이야기하거나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서명하는 내용도 모른 채, 형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아랍어 문서에 강제로 서명했다고 말했다.
BBC가 통화한 다른 수감자들도 사법 절차에 관해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해 "적법 절차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집단 선고와 집단 재판, 그리고 언제 형이 집행될지 알지 못한 채 구금돼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해 파악했다고 이 단체의 난민·이주민 권리 담당 선임고문 나디아 하드먼은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사법 절차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한 BBC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사형이 집행될 때마다 관영 통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한다.
이 성명에는 수사와 재판, 항소, 대법원 판결, 국왕의 칙령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절차가 설명돼 있다.
또 해당 형벌은 시민을 "마약의 폐해"와 그로 인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브톰은 감방 벽에 설치된 전화로 가끔 가족과 연락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사형수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알려지는 것보다는 제가 죽은 뒤에 가족이 알게 되는 편이 낫습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직업을 얻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티그라이 전쟁으로 그 꿈은 무너졌다.
그는 "목표가 사라졌고, 그래서 이주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브톰은 2021년 위험한 여정을 견뎌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염소를 돌보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고용주들은 그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제안했다.

이들은 한 소포를 운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동 중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것은 '카트'로 알려진 마약성 잎이었다. 카트는 천연 각성제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널리 사용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공식 성명은 모두 해시시 밀수를 언급하지만, BBC가 통화한 사람들은 카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브톰은 "우리가 무엇을 운반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야 그것이 카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카트가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시된 돈에 이끌려 이 일을 맡았다고 인정했다.
하브톰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 사형이 징역형으로 감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수감된 에티오피아인 가운데 3명은 지난 4월 처형됐고, 6월에는 9명이 추가로 처형됐다. 4월의 처형 이후 인권단체들과 에티오피아의 주요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는 영향력 있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수장도 포함됐다.
아부네 마티아스 총대주교는 에티오피아 정부에 사우디아라비아 당국과 협상할 것을 촉구하며, 수감자들을 "죽음의 그림자 아래 살아가는 목소리 없는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에티오피아 이주민에 대한 사형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사건을 국제법에 따라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에티오피아 외무부에는 긴급히 개입해 영사 지원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에티오피아인들의 전반적인 안전 문제는 지난 5월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게디온 티모테워스 에티오피아 외무장관과 왈리드 알쿠라이지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차관의 회담에서도 제기됐다.
이어 지난 6월에는 타파 툴루 다디 주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 대사가 교도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수감자들은 BBC에 자신들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방문의 효과도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 주에 더 많은 에티오피아인이 처형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연합 인권위원회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형될 위기에 놓인 에티오피아인들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에티오피아 정부에 촉구했다.
BBC는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에티오피아 당국자들과 아디스아바바 정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에티오피아 외무부는 사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13일 성명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에티오피아 국민들을 위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고자" 사우디아라비아 당국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범죄 내용이나 형량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약 2000명의 에티오피아인이 "국왕의 사면 혜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외교적 협상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BBC와 통화한 수감자들은 과밀한 교도소에서 열악한 환경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의 다른 구역에 수감된 데스타는 자신이 있는 감방이 원래 90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됐지만, 현재 남성 200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감방 벽을 따라 이층 침대 45개가 놓여 있다고 했다.
낮에는 수감자들이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서로 바짝 붙어 바닥에 앉아 지냈다. 그는 밤이 돼 기온이 내려가면 침대 시트 대신 쓰레기봉투를 덮고 잔다고 말했다.
데스타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스트레스에 과밀한 환경까지 겹치면서 질병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관은 음식을 가져올 때만 문을 엽니다. 입과 코는 마스크로 가리고 있습니다. 문이 열리는 때는 그때뿐입니다. 음식을 주고 나면 곧바로 문을 잠그고 떠납니다.
"교도관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말을 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질문이라도 하면 심하게 구타당합니다."
그는 3년여 전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돼 마약 밀수 혐의를 받았다.
"에티오피아인 네 명과 예멘인 한 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 예멘인은 가장 안전한 길을 알고 있으니 우리가 무사히 국경을 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대가로 카트가 든 소포를 운반해 달라고 했고, 돈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이 우리에게 총을 쐈고, 예멘인은 도망쳤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너무 놀랐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BBC가 인터뷰한 다른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데스타도 자신이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징역형을 마치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가 적힌 아랍어 문서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법정에 출석했을 때도 혐의를 반박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변호사도 없었다고 말했다.
데스타는 "첫날 판사 앞에 서면 판사가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두 번째로 출석하면 사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벽돌을 만들며 가족을 부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그는 전투가 집 가까이 다가오자 전쟁 중 티그라이를 떠났다.
이제 그는 다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고 있다. 데스타와 하브톰을 비롯해 사형수로 수감된 수십 명은 외부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하브톰은 "극심한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으며, 제공되는 음식조차 먹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추가 보도: 데이미언 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