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탕산 여성 집단 폭행: 여성 폭력과 인권을 둘러싼 중국 내 분노와 의문

    • 기자, 프란시스 마오
    • 기자, BBC News
  • 게재 시간

지난 10일 밤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남성이 식사하고 있던 여성 4명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등에 손을 올렸다.

여성은 남성을 밀쳐내며 "저리 가"라고 했다. 그러자 이 남성은 보복하듯 여성의 머리를 가격하며 여성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후 남성의 친구들까지 합류해 남성들은 의자와 병으로 여성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식당 밖으로 끌고 가 머리를 발로 차기도 했다.

한편 이 충격적인 사건은 최근 중국에서 발생해 대중을 분노케 한 여성 폭력 사건 중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

올해 1월엔 중국 장쑤성의 한 마을에서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가축우리 같은 헛간에 사는 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중국 여론이 한차례 들끓기도 했다.

두 사건을 통해 중국 온라인상에선 전례 없는 수준으로 비난 여론이 타올랐으며,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또한 이 사건들로 인해 중국인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은 여성혐오와 남성 권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중국 출신 연구원인 피차몬 요판통은 "중국인들이 자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더 구체적으론 그 사회를 뒷받침하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각하게 뒤흔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고질적인 여성 폭력

케리 알렌 BBC 중국 미디어 모니터링 분석가는 중국에서 여성들이 배우자에게 공개적으로 폭행당하는 일은 "충격적일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흔하다"고 말했다.

"감시카메라 혹은 은밀하게 촬영된 가정폭력이나 폭행 영상을 거의 매일 발견합니다."

유엔(UN)이 2013년 중국 중부의 한 지역에서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남성이 배우자에게 물리적 혹은 성적 폭력을 가한 적 있다고 시인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폭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비슷했다.

UN의 해당 보고서는 중국 내 뿌리 깊은 차별적 성 고정관념을 성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2016년이 돼야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됐다.

중국 사회에선 터프함, 정력… 그리고 때로 무력을 쓰는 "능력" 등이 여전히 이성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부간 문제를 사적인 일로 여겨 개입하기 꺼리는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알렌 또한 10년 전 중국에 살 당시 대낮에 공격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그저 방관하며 바라보기만 했던" 일을 자주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최근에 발생한 '탕산 여성 집단 폭행 사건'에서는 비록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쑤성 쇠사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변인들은 방관을 택했다.

쇠사슬에 묶인 여성의 남편은 이 여성이 정신병을 앓고 있어 다른 이들을 위협했기에 묶어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90년대 매매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의 참혹한 모습을 담은 영상은 한 블로거가 해당 마을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촬영한 것으로, 온라인상에 공개된 이후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 여성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중국 내 SNS 플랫폼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이 여성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20년 넘게 자녀 8명을 출산했지만, 오늘에서야 발견된 것인가? 관련 정부 부처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변화 요구

중국의 낮은 범죄율과 높은 사회 감시 수준에 비해 탕산과 장쑤성 사건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놀라는 중국 여성이 많았다.

이에 대해 요판통 박사는 "젊은 세대들, 그중에서도 특히 대학생들은 이 현대 중국사회에 용납할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이토록 가혹한 폭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노가 점점 진정되며 많은 이들이 처음으로 성 역학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SNS를 활발히 이용하며 '미투' 운동과 같은 전 세계적인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특히 사회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말한 두 사건과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몇몇 '웨이보' 게시물은 여전히 가부장적 유교 사상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받는 대우를 지적했다.

한 게시물은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차별적 폭력을 가하게 지지하고 부추기고 독려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한 이러한 여성 폭력 사건에 대한 당국의 대처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컸다. 권력자들이 성 고정관념을 그리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탕산 여성 집단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직후 경찰과 언론은 가해자들이 과연 지역 폭력배와 연관 있는지, 전과는 없는지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 남성이 단지 "대화하기 위해" 여성에게 접근했을 뿐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웨이보' 사용자들은 이에 반대하며, 그 남성의 행동은 성희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장쑤성 쇠사슬 사건'은 중국에서 보기 드문, 집단적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어떤 여성 두 명은 전국을 차로 돌아다니며 이 피해자 여성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어떤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채 자신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 공개했다. 또한 한 서점에서는 페미니즘 서적을 진열해두기도 했다.

전환점이 될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출신 연구원 야쿠 왕은 "여성들은 이제 분노에 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엄청난 여론의 압박이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두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며 대책 본부를 마련했다.

'장쑤성 쇠사슬 사건'과 관련해선 지역 결혼 허가증을 더 철저히 관리해 인신매매를 단속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탕산 여성 집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선 탕산시 내 야간 순찰 인력을 늘리고 관할서의 부국장을 면직했다. 이에 더해 두 사건의 가해자 모두 체포된 상태다.

그러나 중국 내 가정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구어 징은 중국 당국이 일반적으로 성범죄를 가해자를 붙잡아 처벌하면 끝나는 일회성 사건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징은 BBC 중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건들을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장기간 대책이나 제도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여성 보호법과 인신매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은 실제 마련되지 않았으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그 어떠한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오히려 더욱 철저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탕산 사건' 이후 '웨이보' 측은 "성별 대립을 부추겼다"며 계정들을 삭제하기도 했으며, 성차별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언급됐던 '쇠사슬 여성'에 대한 담론도 지워졌다.

왕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최근 몇 년간 인권 단체의 목소리를 지워 왔는지를 고려하면, 이러한 시민들의 인권 활동이 지속되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이 여성 인권 운동에도 타격을 입혔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페미니즘 운동가들을 체포했으며, 중국 내 대표적 '미투' 운동 관련 법정 공방은 기각됐다.

이에 더해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 관련 사건을 통해 중국 내에서는 성폭행 고발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한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왕 연구원은 "성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 더 나은 대처를 요구하던 압박 세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의 여성 인권에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