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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북 송금 경로 밝혀라' vs 통일부 '국익상 비공개'
한국 통일부가 '북한 관영매체 저작권료에 대한 대북송금 경로와 북측 수령인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사실조회 요구를 거부했다.
공개할 경우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지난 2005~2008년 당시 저작권료 명목으로 북한에 7억9000만원을 송금했다.
경문협의 수장은 현재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임종석 이사장이다.
한국군 포로 배상 판결 승소
한국 법원이 통일부에 경문협의 대북 송금 경로에 대한 사실 조회를 요청한 것은 6.25 한국군 포로에 대한 배상 판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법원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북한에서 강제노역을 한 국군포로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북한 당국과 김정은이 총 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국군포로 2명은 경문협이 현재 보관 중인 북한 저작권료에서 4200만원을 배상하라는 별도의 소송을 냈다.
국군포로를 돕는 사단법인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은 BBC 코리아에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13개월이 지나도록 배상금을 안주고 있다"며 "법치국가에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문협은 당시 한국 언론들이 사용한 북한 매체 영상이나 한국 출판사가 펴낸 북한 작가 작품 등에 대한 저작권료를 대신 걷어 북한으로 보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대북송금이 막혔고 경문협은 현재까지 모인 23억원 상당의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금 형식으로 보관해오고 있다.
쟁점은 '저작권료의 소유권'
경문협 측은 지난 6월 "북한 정부 재산과 언론사 재산은 별개'라며 배상을 거부했다.
배상 책임이 북한 당국에 있을 뿐, 경문협이 보관하는 저작권료는 당국이 아닌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관영 매체들을 관리하는 노동당 산하 국가 선전 기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BBC 코리아에 "조선방송위원회가 북한 정부기관이면 집행이 가능하다"며 "그곳이 정부 기관인지 아닌지의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부가 법원의 사실조회에 응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 북한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소송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경문협이 보관하는 저작권료 외에 추징할 수 있는 북한 자산이 없어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소송은 사실상 북한 당국이 아닌 경문협과 국군포로 두 분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북한 저작권료에 대한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미 배상 판결을 받았고 법원 공탁금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만 해석하면 압류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가 보관만 할 뿐 채권 자체는 북한 소유인 만큼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
심 전 교수는 "결국 재판부가 온전히 법 형식주의를 따르느냐, 아니면 남북관계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