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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머릿속을 헤아리려는 서방 정보국
- 기자, 고든 코레라
- 기자, BBC 안보 전문기자
- 게재 시간
서방 국가의 정보 당국은 러시아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폐쇄적인 세계에 갇혀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수년간 서방 정보국은 푸틴 대통령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의 머릿속을 헤아리려고 애써왔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수렁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의중 파악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서방 세계는 압박감 속에서 푸틴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중이다.
위기 상황이 더 위험한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의 심리 상태 이해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아프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푸틴 대통령이 외떨어져 고립된 상황에 놓여있으며, 자신과 다른 견해로부터는 차단돼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이 처한 외떨어진 고립 상황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그가 긴 테이블의 끝과 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서로 마주 앉은 사진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개전 전날 밤 러시아 국가안보 관료들과 한 회의 모습에서도 고립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 서방 정보 당국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초기 군사 계획은 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장교가 고안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밀주의를 강조하는 엄격한 "음모론적 작당 모의"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혼란 그 자체였다. 러시아 군지휘관들은 준비되어있지 않았으며, 일부 러시아 병사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국경으로 보내졌다.
단일 의사결정자
서방 정보원들은 비밀 소식통을 통해 러시아 지도부 내부자들보다도 이러한 침공 계획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서방 정보당국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러시아 작전을 지휘했던 존 시퍼는 "크렘린궁의 행보를 이해하려고 할 때 어려운 점은 푸틴이 현재 러시아의 단일 의사결정권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의 견해가 공식 성명을 통해 분명히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견해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알아내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존 소어스 전 영국 비밀정보부(MI6) 국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러시아처럼 측근조차도 완벽히 상황 파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된 체제에서는 지도자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상당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버블' 속에 갇혀 고립돼있다면서 외부 정보, 그중에서도 특히 푸틴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이 '버블' 안으로 거의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곧 출간될 저서 '스파이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Spies and Spying)의 공동 저자인 애드리안 펀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심리학과 교수는 "특정 소수의 말만 듣고 그 이외 모든 것은 차단한다는 점에서 푸틴 자신도 스스로 만든 선전의 희생자"라면서 "이 때문에 푸틴은 세상에 대한 기이한 가치관을 갖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펀햄 교수는 집단 구성원들이 비판 없이 자신의 견해만을 강화해가는 이른바 '집단 사고'가 위험한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런 '집단 사고'의 희생자라면 그 '집단'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측근의 규모는 절대로 크지 않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관해선 특히 정말 소수의 최측근과만 소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진정한 신봉자'들은 푸틴의 사고방식과 집착을 함께하는 자들이다.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주최한 러시아 국가 안보 회의에선 그의 측근이 얼마나 소수인지 더욱 두드러졌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 안보 고위급 관료들을 앉혀두고 이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관료들에게 창피를 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공개된 푸틴의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에 분노하고 집착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을 관찰한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90년대 러시아가 겪은 설욕을 갚아주고 싶은 욕망과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억압하고 자신을 몰아내고 싶어 한다는 확신에 차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욕망과 확신이 기반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만나본 어떤 이는 푸틴이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이 2011년 축출된 이후 살해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던 집착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푸틴은 "수년간 불만과 야망의 불붙기 쉬운 조합에 푹 절여져 왔다"라면서 푸틴의 견해는 점점 더 "굳혀"졌으며 자신과 다른 견해로부터 "훨씬 더 격리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푸틴 대통령은 정신이 나간 것일까. 많은 서방 국가가 궁금해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심리학자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결정권자를 '광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미국 CIA는 외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분석하는' 전담팀을 운영한다. 과거 나치 독일을 이끌던 아돌프 히틀러를 분석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팀은 첩보를 활용해 지도자들의 배경, 인간관계, 건강 상태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보의 또 다른 출처는 다른 외국 정상처럼 해당 지도자와 직접 만나본 적 있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푸틴 대통령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푸틴이 이전 만남에 비해 "더 융통성이 없으며 고립돼 있다"라고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무언가 바뀐 것일까. 별다른 증거 없이 푸틴의 건강 악화설 혹은 약물 영향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를 수호하고 러시아의 위대함을 회복하려는 그만의 숙명을 완수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심리적 요인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푸틴 대통령은 눈에 띄게 타인으로부터 외떨어져 고립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심리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전 백악관 주치의이자 현 조지 WH 부시 재단 미중 관계 선임 연구원인 켄 데클레바는 "푸틴 대통령이 더 조급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 몇 년간 더 고립됐을지언정 정신질환을 앓거나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푸틴의 폐쇄적인 '버블'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침공 전 푸틴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을 만한 정보를 보고하기 꺼렸을 지도 모른다. 즉 침공 상황과 러시아군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응 등에 대해 장밋빛 보고만 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 한 서방 정보국 관리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아마도 서방 정보당국보다도 여전히 더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더욱더 악화된 상황에 놓였을 때 그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더욱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치광이' 전략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어린 시절 쥐를 몰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쥐를 궁지에 몰아넣었더니 쥐가 공격하면서 반격해 어린 자신이 오히려 도망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 국가는 푸틴 대통령이 만약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느낀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고 있다.
한 서방 관리는 "문제는 푸틴이 과연 더 잔혹성을 드러내면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무기들을 더 퍼부을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푸틴 대통령이 화학 무기나 심지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펀햄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포악하게 '화를 돋우는 방식'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솔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미치광이 전략'으로 불리는, 자신이 위험하거나 심지어 비이성적인 인물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잘 알려진 이 전술을 통해 핵무기 사용 결정권자인 자신은 모두를 날려버릴지언정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단단히 미친 인물이라고 포장함으로써 상대를 물러서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서방 정보원과 정치인들에겐 푸틴 대통령의 생각과 의도를 읽는 것은 현재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지고 있다. 위험한 반격을 부르지 않는 수준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선 그의 대응을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데클레바 선임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 사전에 실패나 약점은 없다. 그는 그런 것을 경멸한다"라면서 "궁지에 몰리고 약해진 푸틴은 더 위험한 푸틴이다. 때로는 곰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와 숲으로 돌아가게 놔두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