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신 전 세계 어린이 덮친 '이 바이러스'

    • 기자, 소피 하르닥
    • 기자, BBC 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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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의사들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가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성 바이러스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북반구에서는 이와 다른 사례가 급증했다.


올해 초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마이모니데스 어린이 병원의 직원들은 조심스럽지만 안도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부대 효과로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 감염이 현저히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기침하는 어린이들과 아기들이 점점 더 많이 내원했고, 그중 일부는 숨쉬기조차 버거워했다.

이들은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흔한 겨울 바이러스, RSV에 감염된 것이었다. 매해 이 시기에는 RSV 감염 사례가 줄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늘어나고 있었다.


비활성기에 급증한 RSV는 그 후 몇 달간 미국 남부, 스위스, 일본, 영국 등 멀리 떨어진 곳의 여름에 기승을 부렸다. 의사들은 RSV의 비정상적인 활동이 코로나19 대유행의 간접적인 결과인 것 같다고 설명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와 위생조치가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RSV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들의 확산도 억제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이러한 바이러스들에 대항할 면역력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억제 조치가 완화되자 RSV는 감염에 취약한 수많은 아기들과 아동들을 공격했고, 예상치 못한 시기에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 이전에는 꽤 예측 가능했지만 이제는 연중 언제라도 병원과 가족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됐다.

때아닌 발병으로 병원들의 환자 수용은 한계에 달했고, 가정에는 비상이 걸렸으며, 코로나19와 감염병 관련 조치들이 세계를 얼마나 깊게 바꿔놓았는지가 여실히 증명됐다.


현장 직원들에게는 아주 극적인 경험이었다.

마이모니데스 어린이병원의 소아 전염병 부서 책임자인 라비아 아그하는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ICU)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 환자들로 다시 한 번 넘쳐났다"고 말했다. 4월 초 RSV 발병이 정점에 달했을 때, 마이모니데스의 중환자실에 입원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RSV 환자였다.

수개월 동안 전염병으로부터 보호받은 어린이들을 갑자기 RSV에 노출돼 공격을 받았다.

스위스 취리히의 비영리 의료기관인 대학어린이병원에서 전염병과 병원 역학 부서 책임자로 근무하는 크리스토프 베르거는 "우리는 깜짝 놀랐다"며 "RSV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어린이병원에서 RSV 발병은 보통 1월에 최고조에 달하고, 6월에서 8월까지는 거의 없다. 올 초 겨울에도 감염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7월에는 183명의 감염 사례가 발생해 예년 겨울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베르거는 지난 7월 RSV 상황을 떠올리며 "병동은 만원이었고, 모든 병상이 다 찼고,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의 병원은 RSV에 걸린 아기들과 아동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스위스에 있는 몇몇 병원들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RSV는 지난 여름 스위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베르거는 "그 기간에 코로나19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입원한 소수의 환아들은 비교적 빨리 회복했다. 베르거는 "RSV 환아들은 더 오래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RSV 감염 자체가 경종을 울리는 사안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만 2살이 될 때까지 RSV에 한 번은 감염된다. 그중 대다수는 감기 같은 병을 경험하고 콧물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 스스로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아기들과 어린이들은 폐 하부 염증인 기관지염에 걸릴 수 있다. 이 경우 호흡이나 음식 섭취가 힘들어질 수 있다.


RSV에 걸린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들 중 약 1~2%는 입원해서 산소를 추가 공급하는 마스크나 튜브를 끼고 회복해야 한다. 일부는 음식을 입으로 먹지 않고 튜브로 유동식을 공급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대부분의 환아들은 며칠 내 낫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병원들은 겨울을 앞두고 RSV 급증에 대비했다. 미숙아나 폐·심장 질환을 앓는 아동은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되는 항체 주사인 팔리비주맙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RSV 활성기인 몇 달간은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이는 바이러스 급증에 대한 대비가 아주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계절의 변화, 그리고 이 변화가 아이들의 면역력 발달에 수행하는 역할을 방해했다.


아그하는 "코로나19 예방 조치 때문에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이동하지 않았으며 매우 신중하게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다른 모든 바이러스는 물론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RSV 활성기인 겨울을 완전히 놓쳐버렸죠. 이렇게 한 계절을 건너뛰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항체를 만들지 못하고, 엄마들은 아기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 엄마에게 항체를 전달받지 못한 아기들은 세계가 다시 개방될 때 RSV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 여러 국가의 데이터는 계절을 건너뛰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더욱 뒷받침한다.

영국 공중보건국(PHE) 관계자들은 BBC에 보낸 이메일에 지난 여름 영국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RSV 급증을 설명하며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퍼진 집단은 지난 가을과 겨울 RSV 시즌을 '놓친' 1세 아기들"이라고 밝혔다.

계절을 건너뛰면 감염에 취약한 아기들과 아동들의 수가 증가한다. 겨울에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은 아이들과 그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그 급증세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일본 도쿄의 연구원들은 2003년 RSV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후 연 발생 건수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에 올해 RSV 발병이 이례적으로 많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선 여러 가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코로나19 조치가 완화되면서 비슷한 바이러스성 질환인 독감은 감염세가 가라앉았는데, 왜 RSV는 급증했는지도 의문 중 하나다.

정밀하게 보면, 비활성기에 RSV가 급증한 양상도 국가마다 조금씩 달랐다. 브루클린에 있는 아그하와 그의 팀은 RSV 급증이 이례적으로 심각하며, 예년보다 훨씬 더 어린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중환자실 입원 비율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이전보다 더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RSV에 걸렸다. 지난 여름 스위스에서의 발병 사태는 전형적인 겨울철 급증기보다 더 심하진 않았다.

중요한 질문은 이 새로운 양상이 앞으로 몇달간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여름철 감염 급증세로 날씨가 추워질 때 더 많은 감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초가을인 지금, 몇몇 지역에는 이미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어린이병원의 소아과 전문의 소피아 바라드카는 "RSV와 RSV가 유발하는 기관지염은 현재 어린이병원들이 계획하고, 예상하고, 치료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바라드카의 병원 내 RSV 환자 수는 이미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는 향후 몇 주 안에 더 많은 환자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바라드카는 아기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RSV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코로나19는 심각한 병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아팠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RSV는 잠재적으로 더욱 큰 질병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RSV가 작은 아기들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압니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 RSV를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들이 확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개학 그 자체보다는 어른들의 행동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겨울 내내 보육기관과 놀이학교들이 문을 열었고 어린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겨울에 어린이들이 RSV나 독감 등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아마도 어른들의 위생 조치가 어린이들을 더욱 잘 보호했기 때문일 것이다. 

베르거는 "사람들은 늘 아이들이 어른들을 감염시킨다고 말하지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말했다.

"성인과 좀 더 성장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손을 씻을 때, 독감도 RSV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 조치가 완화되면 바이러스가 다시 돌고 결국 병원에 가는 환아들이 늘어납니다."

RSV가 급증한 여름이 지났지만 베르거의 병원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는 "이것이 어떻게 지속될지, 그것으로 끝났는지, 겨울에 또 다른 유행병이 퍼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을 씻고, 콧물과 기침 증상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을 멀리 하는 것은 감염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예방법은 RSV 감염을 최고수준에서 끌어내림으로써 병원이 모든 환아들을 돌볼 능력을 갖추게 할 수 있다.

바라드카는 "(RSV에 걸리더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경미한 질환일 것"이라며 "아이들을 낫게 하기 위해선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식사를 더 자주 하며, 조용한 시간을 갖고, 열이 있는 경우 파라세타몰(해열제)을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가 호흡하거나 음식을 먹는 데 힘겨워하거나, 부모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모니데스 어린이 병원에서 급증한 RSV는 절정기를 지났다. 하지만 아그하는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적응하는 병원들이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RSV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2년 전과 같지 않습니다. 삶이 바뀌었고 세상이 바뀌었으며 이 바이러스들은 진화하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