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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러시아 시상식에 '차이코프스키'가 연주되는 이유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들이 단상에 서면 러시아 국가가 아닌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된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 자국 국기와 국가명을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주요 국제스포츠대회에서 러시아의 참가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4년간 하계와 동계 '대다수' 종목에서 도핑 샘플을 조작했고, 특히 개최국으로서 1위를 차지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도핑과 그 은폐를 국가 차원의 지원 속에서 광범위하게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러시아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 제재 대상이 됐다. 다만, 징계범위는 국가 자격으로 제한해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으로 참가했으며, 현재 30개 종목 300여 명의 선수가 출전 중이다.
ROC는 3일 현재 금메달 12개를 포함해 50개의 메달을 따내 메달 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은 대회 출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믿는 일부 경쟁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의 수영 선수 라이언 머피는 지난 30일 200m 배영 결승에서 러시아 국적의 에브게니 라일로프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뒤 경기가 "아마 깨끗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동메달을 딴 영국의 루크 그린뱅크 역시 "경쟁자가 깨끗한지 아닌지 모른 채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맹의 참가를 놓고 언론의 관심이 많다. 선수로선 국가 주도의 도핑 프로그램이 있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조처가 이뤄질 수 있었단 사실이 답답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조정 선수 메간 칼뫼는 전날 러시아 국적의 바실리사 스테파노바와 엘레나 오라빈스카이아가 여자 복식조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하자 "이 자리에 있어서도 안되는 선수들이 은메달까지 가져가는 것을 보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비록 미국의 머피는 이후 자신의 발언이 특정 선수를 지칭한 것이 아닌 도핑 전반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라일로프는 러시아의 도핑 이력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ROC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도쿄에 있는 선수들이 "완전히 정당하게" 경기에 참여 중이라고 반발했다.
ROC는 "누구든 좋든 싫든 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못하다"라며 "허디 거디(고전 현악기)가 다시 한번 러시아 도핑에 대한 곡조를 연주하고 있다. 누군가 부지런히 손잡이를 돌리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국적의 세계 2위 남자 테니스 선수 다니엘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선수들이 "부정행위에 대한 낙인"을 느끼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를 내며 "인생 처음으로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토론'
도핑 스캔들은 지난 2014년 독일의 탐사보도팀의 취재로 시작됐으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조사에서도 소치 하계 올림픽 당시 도핑에 대한 증거가 발견됐다.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코치진, 의료진, 국가 및 스포츠 관계자들의 지원 속에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과 혈액 도핑 등을 광범위하게 진행해왔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부분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강화된 도핑검사를 통과한 선수들만이 러시아 대표팀 자격이 아닌 '올림픽선수(OAR)' 자격으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현행 WADA 제재 하에서 선수들은 러시아 국적으로 주요 스포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으며, 도쿄 올림픽은 ROC 선수들이 제재받는 세 번째 올림픽이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ROC 선수들은 러시아 국가를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의상에 러시아라는 단어나 러시아를 비롯한 특정 국가의 상징이 들어있지 않은 이상 파란색, 빨간색, 흰색과 같은 색은 사용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팀의 수영복에 러시아를 연상시키는 곰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했다.
IOC는 '러시아로부터 사랑을'과 같이 러시아의 이름이 포함된 음악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도쿄 올림픽 육상 종목에 출전한 ROC 소속 선수는 10명에 불과하다.
세계육상연맹 회장 세바스찬 코는 이번 주 오랜 '혼란'과 도핑 역사를 고려할 때, 아직 자국 연맹이 정지 처분 상태에 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을 위한 토론은 어려웠다"라며 "중립 선수들이 허용돼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동료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코는 이어 "테스크포스는 10명이 적절한 숫자라고 판단했고 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도쿄 대회에서는 금지약물 관련 독자 기구인 독립도핑검사기구(ITA)가 모든 도핑 규제를 감독하고 있다.
ITA는 지난달 20일 도쿄 올림픽 예상치인 5000여 건의 도핑 검사 중 절반 이상이 시행됐지만, 아직 양성 반응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검사를 받은 스포츠는 수상, 조정, 육상, 사이클, 역도이며, 가장 많은 검사를 받은 국가는 미국, 호주, 중국, 영국, 그리고 RO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