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후폭풍에 선관위 수뇌부 사퇴...국정조사·특검 요구 확산

사진 출처, 뉴스1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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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도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중앙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외부 전문가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노태악 위원장은 또 "허철훈 사무총장은 사무처의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국정조사 요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에 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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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반출…이어지는 시위
앞서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2개는 이날 오전 시위대 봉쇄 약 35시간 만에 개표소로 옮겨졌다. 해당 투표함에는 약 2000명분의 투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본투표일인 지난 3일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곳이다. 서울시선관위는 같은 날 오후 11시 50분쯤 투표 종료를 공식 확인했지만, 시위대가 투표함 반출을 막으면서 이송이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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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 요청에 따라 18개 기동대 약 1000명을 투입했다. 투표소 주변 시위대를 향해 "선거사무에 종사하는 자를 폭행, 협박, 감금하거나 투표용지 등 선거관리 시설, 장비를 훼손하면 공직선거법상 제224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해산을 요청했다.
시위대는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니 공정 선거를 위해서는 개표 작업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시위대가 물러서지 않자 경찰은 오전 8시 11분쯤부터 강제 해산에 나섰고, 약 40분 뒤 건물에 진입했다. 투표함을 반출하는 과정에서 막아서는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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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국정조사, 특검 필요'
이날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함 이송 과정을 문제 삼으며 선관위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동혁 대표는 서울시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뒤 "서울시선관위에서 들은 답변은 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기는 동안 참관인이 단 한 명도 동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무엇이 급하길래 경찰이 군사작전 하듯 쳐들어가서 참관인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투표함을 들고 나왔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장 대표는 "이번 투표지 문제는 심각한 부실선거의 문제를 넘어서서, 심각하게 국민적 의혹을 키우고 있는 사안"이라며 조속한 국정조사 실시와 특검 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어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는 국민 참정권을 침해한 반헌법적인 사태"라며 "단순히 선거무효소송 등을 살필 것이 아니라 특검을 통해 원인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5일 SNS를 통해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K-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김 총리는 "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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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행정 참사' 비판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준병 의원은 앞서 SNS에서 선관위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전날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역대 최고 수준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높은 참여 열기가 확인됐음에도 관행에 안주해 관할 인구의 50~70% 분량만 준비했다는 행정편의주의는 미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행정 참사"라며 "반드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열린 정청래 대표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선관위 행정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거취까지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이 부분에 대해선 선거가 마무리된다고 흐지부지 끝나지 않을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개표 초반 제기한 개표 중단·재투표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처음에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를 요청하더니 서울시장 선거 이후인 지금은 뭐라고 할 건가"라며 "이제 와서 발 빼는 건 아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간부들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수사와 선관위 수뇌부의 사퇴 의사 표명이 맞물리면서 지방선거 이후 정국은 선관위 개혁과 진상 규명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