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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어요' … 목격자들이 말하는 방콕 술집 화재
- 기자, 파니사 애모차
- Reporting from, 방콕
- 기자, 파위나 닌부트
- Reporting from, 방콕
- 기자, 켈리 응
- Reporting from, 싱가포르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지난 12일(현지시간), 방콕의 한 붐비는 술집에서는 태국 인디밴드 '토사칸'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무대 뒤편에 앉아 있던 밴드 매니저 아이스 아티팟 위잔은 키보드연주자 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목격했다.
키보드연주자 쾅은 곧바로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지만, 몇 초 만에 방콕의 활기 넘치는 짜뚜짝 지역에 위치한 술집 '롱 비어 나 랏 프라오'는 맹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아이스는 연기로 가득 찬 실내에서 탈출하고자 문을 더듬거리며 애썼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는 태국 토크쇼 '호네-크라세'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서로 부딪히며 달아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구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는데, 무언가가 폭발하며 그 충격으로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고 한다.
그는 AFP 통신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내 여자친구의 시신이 밖으로 옮겨지는 모습, 화재로 화상을 입은 친구의 모습 등 그날 일어난 모든 일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태국 당국은 지난 13일 이번 화재로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멤버 패차라 송팟카오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따르면, 쾅은 밴드의 여성 보컬인 브리즈, 드럼연주자인 베우와 함께 부상을 입은 뒤 결국 숨졌다.
5번째 멤버인 딘은 실종 상태였으나, 13일 저녁 발견됐다. 다만 그의 현재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토사칸의 메인보컬인 티크 차이차나는 화재 발생 직전 화장실에 갔던 덕분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에는 불타는 바에서 뛰쳐나오며 흐느끼는 티크의 모습이 담겨 있다.
티크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무사하다. 걱정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다만 내 휴대전화 및 모든 소지품이 모두 불에 탄 상태고 … 내 정신 상태도 온전치 못하다"고 적었다.
불이 난 '롱 비어 나 랏 프라오'는 해당 거리의 많은 술집들처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기사를 쓰는 시점 기준, 사망자 중 외국인으로는 라오스인 1명만이 확인됐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에는 공포에 질린 손님들이 불타는 정문을 통해 도망치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일부는 옷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
우사 타드스리(41)는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아주 순식간에 났다 …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며 이 화재로 친구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안에 갇힌 이들을 구하고자 실내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카에우돈 퐁파니는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연기와 먼지, 열기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부상자는 최소 71명에 달하며, 이 중 25명은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편 현지 주민들은 불길의 규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술집 바로 맞은편에 사는 티티 리우차는 "(소방관들이) 곳곳에서 불길을 잡고자 애쓰고 있었다"면서 "구급차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고 했다.
티티와 또 다른 인근 주민인 시리냐는 BBC 태국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불길이 자신들의 집 쪽으로 번질까 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시리냐는 "이렇게 큰 화재는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약 30분 만에 불길을 진압할 수 있었다.
시리냐는 "이런 종류의 술집이 너무 많기에" 이러한 비극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시리냐 또한 해당 술집을 과거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매우 어둡고 천장이 낮았다"고 기억했다. 아울러 "비상 대피 경로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이곳을 방문했던 팟사라 캄로엣 역시 어둡고 "미로 같은" 구조였다고 기억한다. "유리창 너머 영업 중인 곳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안이 너무 어두워서 내부를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야 했고, 출구도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 만약 불이 나면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오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13일 화재 직후, 차차트 시티판 방콕 주지사는 해당 바 천장에 설치된 가연성 인테리어가 불길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시티판 주지사는 건물 비상구 근처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는 비상구 통로에 장애물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러한 세부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비극적인 화재를 계기로 당국이 화재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특히 술집 등 다중이용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해당 술집 근처에서 일하는 한 운전기사는 업주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피 절차를 익힐 수 있는 정기적인 소방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아니면 이런 장소를 설계할 때 문을 더 넓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비상시 사람들이 더 쉽게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숨을 잃은 분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을 테니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