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씨 피살' 진실규명 요청... 범인은 북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오른쪽)과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간첩에 의한 고 이한영씨 테러사건에 대해 정부의 공식인정과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신청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오른쪽)과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간첩에 의한 고 이한영씨 테러사건에 대해 정부의 공식인정과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신청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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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고 이한영 씨의 유가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이씨 피살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22일 제출했다.

이씨는 지난 1982년 한국으로 망명해 북한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하던 중 1997년 2월 집 앞에서 괴한들이 쏜 총에 사망했다.

이씨 유가족을 돕는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BBC 코리아에 "가해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번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테러로 이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국가적 차원에서 명확히 한 뒤 북한에 공식 사과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도 대표는 "지난 2002년 이씨 유가족을 도와 국가가 개인에 대한 보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차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지만 당시에는 북한의 책임 유무 부분은 가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사 결과 경찰이 이씨 집 주소를 유출한 사실이 밝혀졌고, 대법원은 2008년 국가가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도 대표는 "테러 이후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아픔과 사정을 살피지 않았다"며 "이번 진실규명은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뿐 아니라 가해 주체인 북한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의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진상 규명을 통해 이씨가 자신의 딸에게 떳떳한 아버지였음을 알리고 싶다는 유가족의 뜻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남 김정남 그리고 이한영 씨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 방향). 이 사진 아래에는 1981년 8월 19일 날짜가 찍혀있다

사진 출처, 김정남의 이모 성혜랑 씨의 책 '등나무집' 표지

사진 설명,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남 김정남 그리고 이한영 씨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반대 방향). 이 사진 아래에는 1981년 8월 19일 날짜가 찍혀있다

고 이한영 씨는 누구?

이한영 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첫 번째 부인인 성혜림 씨의 조카로,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한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씨의 이종사촌 형이다.

이씨는 1982년 급작스럽게 한국으로 망명한 뒤 언론을 통해 북한 고위층의 실상을 폭로하면서 북한 당국의 미움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이한영씨 피살 사건은 분단사의 상당히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황장엽 전 비서의 망명과 관련해 경고성 차원에서 이씨를 암살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 이전에 이씨가 북한 고위층의 호화스런 생활을 폭로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씨가 암살된 당시는 황장엽 전 노동당 사상비서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던 때로, 북한이 황 전 비서 망명에 대한 고강도 경고 및 내부 단속 차원에서 이씨 피살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이 전문가는 "김정남이 이씨의 폭로에 매우 분노해 이씨 암살을 주도했다는 설도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두 사람 모두 피살됐고 이씨를 죽인 범인들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 경찰의 책임이 명백한 만큼 한국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국민의힘)도 "고 이한영씨 테러 사건의 진실규명 신청을 환영한다"며 "국가의 기본 책무인 자국민 보호의 중요성과 재발방지를 위해 한국 정부가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