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부, '임수경 방북' 기밀문서 공개.. 북한 '임씨 안전보장' 요구

사진 출처,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외교부가 과거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 비공개로 남겨뒀던 '임수경 방북' 관련 자료가 공개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측은 10일 외교부가 최근 서울 행정법원의 조정 권고에 따라 관련 정보를 일부 공개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는 임수경 씨의 1989년 평양 방문 전후 남북 직통전화 통화보고 내용과 북한 대남통일선전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측 통일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 등이다.
북한 조평통은 서한을 통해 임 씨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특히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고 돌아가는 임수경 학생을 체포하고 박해를 가한다면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평화통일의 앞길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어린 여학생에게 함부로 국가보안법에 걸어 범죄자라는 누명을 씌우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몰지각한 행동"이라며 "임 씨가 서울로 돌아간 다음에도 일체 탄압과 박해를 가하지 않을 데 대해 남측 총리나 내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성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 1994년부터 매년 30년 전 기밀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1989년에 생성된 기밀문서가 공개 대상이었지만 유독 임수경 씨의 방북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지난 4월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외교부가 이를 거부하자 다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한변 김태훈 대표는 BBC 코리아에 "외교부가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1989년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회장 출신 임종석 씨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하던 때라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나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히 "임 씨의 방북 자체가 불법이었다"며 "기밀문서가 공개됨으로써 결국 소문만 무성했던 일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임수경=통일의 꽃'… 체제 선전 활용
임 씨가 평양을 방문한 1989년 당시는 냉전이 끝나지 않았던 시기였고 남과 북은 체제 경쟁을 펼치던 적대국 관계였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자극 받은 북한은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980년대 운동권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광주 민주화 항쟁 이후 반미사상이 확산되면서 북한 주체사상을 따르는 주사파와 민주화 운동이 굉장히 복잡하게 엮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남측 학생 대표로 평양에 온 임수경 씨를 '통일의 꽃'이라 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며 "이보다 더 좋은 체제 선전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임 씨는 평양 방문을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박 교수는 당시 북한 조평통이 남측에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임 씨의 방북이 국가보안법 위반이었고 따라서 북한이 임 씨에 상징성을 부과해 남측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석좌교수는 "남한 내 친북세력을 단결시키는 것이 바로 북한의 '통일전선'이고 조평통의 역할이라며, 북한이 서한을 보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친북세력을 탄압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는 일종의 협박이라는 해석이다.
강 교수는 "이 같은 북한의 의도와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현 정부가 끊임없이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