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의 꿈', 30년 만에 본국 이라크로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공개한 고대 유물 '길가메시의 꿈' 점토판

사진 출처, 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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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으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가 새겨진 희귀 점토판이 이라크에 반환됐다.

'길가메시의 꿈'으로 불리는 이 유물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초인적인 왕으로 기록된 길가메시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으로, 이 점토판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

이후 30년 동안 여러 국가를 거치며 불법 반입됐고, 가장 최근에는 미국 워싱턴DC 성경박물관에 전시돼 있었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에서 불법 밀반출돼 미국으로 반입된 이라크 고대 유물 1만 7000여 점과 함께 '길가메시 꿈'을 이라크에 반환키로 했다.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는 세계 최초의 문학 작품 중 하나로 여겨지며, 일부는 히브리어 성경에 반영돼 있다.

점토판에 새겨진 시는 아카드어로, 아카드어는 수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점토 위에 글자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한 설형 문자다.

학자들은 1853년, 현재 북부 이라크 지역에 있는 아슈르바니팔(고대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의 도서관에서 12개의 판본을 찾아내면서 아카드어를 처음 발견했다.

서사시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이라크 남부지역인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원전 2800~2500년 사이 우루크를 지배했던 길가메시 왕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반신반인이었다.

길가메시는 야만인 엔키두를 동반자 삼아, 신들의 폭력을 상징하는 '하늘의 황소'를 죽이고 영생의 비결을 찾고자 했다.

또 다른 모험에서 길가메시는 바다 밑바닥까지 헤엄쳐 영생의 식물을 캐냈지만, 뱀에게 그 식물을 빼앗기고 만다.

'길가메시의 꿈'은 영웅 길가메시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꿈을 설명하는 서사시다. 어머니는 아들의 동반자가 될 새로운 친구가 도착할 것이라고 꿈을 풀이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의 힘은 하늘의 바위만큼 강력하고, 너는 그를 만나 진심으로 웃을 거야"라고 말한다.

점토판의 또 다른 부분에는 한 여성이 길가메시의 동반자를 양치기의 쉼터로 데려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서술된다.

가로 12.7cm, 세로 15.2cm 5개의 열 안에 담겨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

사진 출처, 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사진 설명, 가로 12.7cm, 세로 15.2cm 5개의 열 안에 담겨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

약탈

'길가메시의 꿈' 점토판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

이후 2003년 한 미국 골동품 매매상이 런던의 중개인으로부터 점토판을 구매하기 전까지 무슨 과정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당시 점토판은 먼지투성이에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골동품 매매상은 점토판을 국제 우편을 통해 미국으로 반입했다. 그는 설형문자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의뢰해 점토판에 새겨진 것이 길가메시 서사시 일부임을 확인했다.

이후 2007년, 골동품 매매상은 점토판이 1981년에 구입한 고대 청동 조각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는 허위 진술서와 함께 점토판을 다른 구매자에게 넘겼다.

이후 점토판은 여러 국가에서 경매를 거쳐 판매됐다가, 2014년 미 미술품 및 공예품 회사 '하비 로비(Hobby Lobby)'가 구입했다.

하비 로비는 당시 167만 달러(약 19억6800만 원)를 들여 점토판을 샀고, 워싱턴DC에 있는 성경 박물관에 전시해 왔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 연방법원은 하비로비가 길가메시의 꿈을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했다며, 압수한 뒤 이라크에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논쟁

앞서 2017년 하비 로비는 성경 박물관이 소장한 수천 점의 이라크 유물에 대해 벌금 수백만 달러를 부과받았다.

이 유물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으로 불법 반입됐으며, 배송 라벨에는 "세라믹 타일"로 표기해 반입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하비 로비 측은 "회사가 처음으로 이러한 물품들을 구매했고, 인수하는 과정의 복잡한 세부 사항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몇 가지 유감스러운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같은 해 성경 박물관의 한 큐레이터가 '길가메시의 꿈' 점토판의 출처를 조사하며 문제가 알려졌다.

점토판의 출처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되자, 성경 박물관은 경매인들이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며, 크리스티 경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30년만의 귀환

지난 7월 미 연방법원은 하비 로비가 '길가메시의 꿈'을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했다며, 압수한 뒤 이라크에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은 "불법 반입한 유물들을 반환함으로서, 이라크 국민들이 자신들의 역사의 한 페이지와 다시 연결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 특별한 반환은 문화유산을 훼손해 폭력과 테러 자금으로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승리"라고 덧붙였다.

반환된 점토판은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