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5일간 방한 일정 마무리… 남은 과제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게재 시간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닷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김 대표의 이번 방한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북한을 실제로 협상테이블에 나오게끔 위해선 한미의 향후 행보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 이행 등을 위해 지난 19일 한국을 찾은 김 대표는 다양한 대북정책 관계자들과 만나 한미 대화 재개 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문 대통령 '남북-북미관계 궤도 올려놓을 것'

김 대표는 전날(22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 남북 간 의미있는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을 접견한 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별도 면담을 진행했다.

앞서 김 대표는 문 대통령 예방 전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도 만나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세의 분수령"이라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보다 능동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식량 등 민생분야 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방문 등을 언급하며 "한미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공동으로 추진해볼 수 있는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김 대표가 지난 21일 북한에 조건 없는 만남을 제시한 데 대해 "완전히 공감한다"며 "북한도 최근 과거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대화 재개를 위해 나름 좋은 조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금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우리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답변해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 장관과의 면담 뒤 곧바로 최준영 통일부 차관과 대북정책 고위급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북한, 경제건설 위해 북미관계 개선 필요'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9월 18일 서울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평양 첫 만남 장면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9월 18일 서울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평양 첫 만남 장면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김 대표의 이번 방한과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제 남은 숙제는 김 대표가 미국으로 돌아가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구상을 다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주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다시 말해 과거처럼 여유를 갖고 대미 대화에 바로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 건설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아울러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 조건을 촉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적절한 북미 대화 시점을 저울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김 대표의 방한으로 한미 간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조율과 협의가 이뤄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정성윤 통일연구위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외교와 대화에 방점을 둔 대북기조를 확정하고 북한에 대한 선 강압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전원회의를 통해 '대화'를 언급 한 뒤 곧장 김 대표의 방한이 이뤄졌다고 해서 북미의 정책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생각하는 대화 재개의 환경과 미국이 생각하는 대화 재개의 환경은 여전히 많이 벌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지만 너희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대화할 수 없다, 조건을 가지고 대화 자체를 거래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원칙"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북 외교-관여에 변함 없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한편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미 비난 담화와 관련해 "외교에 대한 미국의 관점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도전에 대응하게 위해 북한과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계속돼 있다"며 "미국의 대북 정책은 적대가 아닌 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22일 대화를 촉구한 미국을 향해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는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성 김 대표가 전날 북한에 '조건 없는 만남'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답변으로,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