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점령지에서 납치되고 있는 민간인들

사진 출처, Telegram
- 기자, 매튜 머피, 로버트 그리널
- 기자, B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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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 관계자가 25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점령지에서 자의적으로 억류되거나 실종되고 있다고 밝혔다.
UN은 현재까지 민간인 최소 36명이 억류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의 생사에 대한 정보를 믿으려 하지 않는 억류자의 가족도 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피랍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15일에는 우크라이나 언론 흐로마즈케 소속 빅토리아 로시치나 기자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취재하던 중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
흐로마즈케는 로시치나가 동부 자포리자주 베르단스크에서 납치됐다는 목격담을 근거로 로시치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후 강압적으로 녹화한 듯한 인질 형식의 영상이 친러 텔레그램 채널에 유포됐다. 동시에 로시치나도 억류 6일 만에 풀려났다. 해당 영상에서 로시치나는 러시아는 자신을 포로로 잡지 않았으며,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러시아군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인질로 잡힌 연로한 아버지'
자포리자주의 또 다른 점령지인 멜리토폴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인 스베틀라나 잘리제츠카야는 자신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거부하자 러시아군이 75세의 아버지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비난했다.
"스베틀라나 잘리제츠카야 기자의 연로하신 부친이 러시아 FSB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의해 멜리토폴에서 인질로 잡혀있습니다. 잘리제츠카야가 자신들과 협력해야만 풀어줄 것이라고 합니다. 잘리제츠카야 기자는 현재 멜리토폴에 머물고 있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RIA 멜리토폴의 국장인 잘리제츠카야는 페이스북에서 자신과 러시아군이 새로 내세운 멜리토폴의 지도자 간의 만남이 종료되자마자 부친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침공을 비난하는 보도를 멈추기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납치범들로부터 전화가 왔으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지하실로 보이는 곳"에 감금돼 있으며 "저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납치범들은 "멜리토폴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을 세계에 알리겠다"라고 맹세한 잘리제츠카야가 뜻을 접길 요구했다고 한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국언론인연합(NUJ)은 멜리토폴에 언론인 4명이 추가로 억류돼 있다고 밝혔다.
세르지 토밀렌코 NUJ 대표는 이번 억류는 "언론인과 공인을 협박하기 위한" "정보 정화 물결"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사진 출처, Ukrainian NUJ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납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사회 대표 인사, 언론인, 러시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이 대부분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억류된 이들이 "러시아 보안당국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표적 명단"의 일부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고위 관료들은 지난 2월 UN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격하거나 억류할 우크라이나인 "제거 명단"을 작성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부 소식통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디지털 서비스 앱이 해킹되면서 러시아가 표적이 된 인물들을 쉽게 알아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싱크탱크 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연구소(RUSI) 또한 우크라이나 국립 자동차 보험 등록소가 해킹되면서 러시아 보안 당국이 표적 인물들의 위치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으리라 추측했다.
최근 몇 주간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는 현지 관료 다수가 구금됐다.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폴 시장이 이달 초 시청사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억류 당시 상황에 관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페도로프 시장은 자신이 끌려간 곳에서 다른 수감자들이 고문당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페도로프 시장은 "납치범들은 내게 직접적으로 손대진 않았다. 그러나 앞에 남자 7명이 무장한 상태로 서 있었으니 어땠겠는가. 저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충분했다"라면서 "다른 감방에서는 고문이 자행되고 있었다. 들려오는 비명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기 충분했다"라고 주장했다.
"납치범들은 구금자들이 방해 공작을 펼쳤다고 비난했습니다. 손가락을 문에 끼워 고문하면서 어느 군 출신인지 말하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구금자들은 평범한 지역 주민들이었을 뿐입니다."

사진 출처, Ivan Fedorov
북부 헤르손 인근 노바카호우카에서 시의회 비서관이 실종되거나, 키이우 인근 부차 시의회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직원 6명이 구금됐다가 석방됐다고 밝히는 등 여러 도시에서 납치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집에 갈 수 없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들
알료나 슈크룸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점령 지역 내 우크라이나인들이 협력하지 않고 더욱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더 많은 납치 및 구금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크룸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크림반도 합병 당시와 똑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지역 행정 청사를 점령하고 그 지역 시장은 '여러분 협력합시다. 계속 제가 시장일 것입니다. 무엇이 달라지겠나요'라고 말하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그 누구도, 심지어 몇몇 친러 성향 정당들조차 러시아군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PA Media
친서방 성향인 슈크룸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이 자신에게 러시아의 암살 대상 명단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며 키이우에 있는 자택에 돌아가지 말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슈크룸 의원은 "두 가지 명단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라면서 "첫 번째 명단은 제거될 국회의원 목록이다. (러시아가) 협력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다.
두 번째 명단은 모스크바에 인질로 잡아갈 사람들이다. 무언가에 투표하라고 강요하기 위해 데려갈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반러 성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제거되거나 인질로 잡힐 명단에 올라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연이은 납치에 두려움에 떠는 지역 주민들
한편 최근 벌어지는 납치 및 억류 대상은 공인에 그치지 않으며, 일부는 민간인인이거나 전직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마티아 넬레스 정치 분석학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2016~2018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던 자신의 삼촌이 동부 루간스크 인근 스바토브에서 러시아 군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 보안군이 삼촌의 집까지 와 삼촌을 찾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삼촌은 당시에 집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이 삼촌이 수배 대상이라고 확인해줬습니다."
넬레스는 현재 자행되는 억류 사건의 배후는 불분명하지만, 삼촌을 찾고 있던 무리의 경우 "일부는 군인이었고 보안군이 섞여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표식을 감춘 FSB가 아니었는지 추측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넬레스는 앞으로 더욱 납치가 자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헤르손 등 남부 지역에서는 "납치 사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라면서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반대자들을 식별하고 찾아내는 과정에서 몇몇 인물은 표적 명단에 "새롭게 추가되기도 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넬레스는 "현지 주민들은 더 많은 납치가 일어나는 것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라며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