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로사 이어지자 996 근무제 손보기로

중국 대기업에 다니는 대다수 젊은 근로자들은 가혹한 '996 근무제(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를 따른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 대기업에 다니는 대다수 젊은 근로자들은 가혹한 '996 근무제(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를 따른다
    • 기자, 와이 입
    • 기자, BBC News
  • 게재 시간

중국 기술 재벌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은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 '996 직장 문화'는 누구에게나 "축복"이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 중국 정부는 이처럼 가혹한 근무 일정은 사실상 불법이라며 기업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중국의 최고인민법원과 노동사회보장부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노동쟁의와 관련된 10건의 법원 판결을 상세히 설명했다.

판결에 연관된 근로자들 다수는 직장에서 초과근무를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들은 기술, 미디어, 건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경우를 다뤘다.

이 판결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고용주들이 패소했다는 것이었다.

성명서는 "법적으로 근로자는 노동에 상응하는 보상과 휴식 또는 휴일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국가의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고용주의 의무"라며 노동쟁의 해결을 위한 추가 가이드라인이 추후 개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례없이 강경한 중국의 경고문이 과로로 지쳐버린 일부 국민에게 실질적인 변화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까?

변환점

중국의 노동법에 따르면 표준 근로일의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주당 최대 44시간 일할 수 있고, 그 이상은 초과근무 수당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중국의 수많은 대기업, 특히 기술 부문이 번창하는 기업들의 직원들은 정규 근로시간보다 훨씬 오래 일하는 경우가 잦고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직원들은 수년간 잔혹한 근로 일정에 불만을 터뜨렸고 그중 일부는 기업에 맞서 투쟁하려고도 했다.

2019년에는 한 프로그래머 그룹이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에 올린 게시물이 화제가 됐는데, 이는 오픈소스 코드를 사용하는 업무로 직원들을 과로하게 만든 스타트업들의 블랙리스트였다.

하지만 근로자들을 괴롭히는 996 문화는 여전히 성행하며, 중국 정부는 이에 간섭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노동 문화는 기업들을 성공시킨 원동력으로 인정받았으며,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온라인 리테일 재벌 알리바바의 마윈과 비슷하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동닷컴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처드 리우는 996 근로 문화에 동조하며 "태만한 근로자"들을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대중의 분노는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BBC에 말했다.

홍콩 폴리텍대학의 제니 챈 박사는 "중국의 노동 문제는 변환점에 도달했고, 특히 몇 건의 노동자 사망 사건이 크게 주목받은 이후 중국 당국은 근로 문화 전환에 대한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초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두오두오의 직원 2명이 몇 주 간격으로 사망했는데, 한 젊은 직원은 장시간 근무 후 귀가하던 도중 쓰러졌고 다른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한 음식 배달기사가 체불 임금 770달러(한화 약 89만3500원) 지급을 고용주로부터 거부당하자 분신을 택했다. 온라인 플랫폼 엘르미의 직원이 음식 배달 도중 사망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이 사건들이 과로와 직접 관련됐는지는 명확지 않지만, 사건 발생으로 격분한 누리꾼들은 996 문화, 그리고 중국에서 가장 호평받는 일부 기업들의 "어두운 측면"에 관해 논쟁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많은 배달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과로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의 많은 배달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과로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일부 근로자들이 법적 규제를 훨씬 초과해 매달 정기적으로 300시간 이상 일한다고 밝히자,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와 관련한 수많은 게시물들이 순식간에 퍼졌다.

또한 감염병 대유행 속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는 과한 근무시간이었다.

한 누리꾼은 마이크로블로깅 플랫폼인 웨이보에 "너무 피곤하다. 햇빛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점점 더 부유해진다. 어떻게 이게 공정한가?"라고 적었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젊은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광범위한 반발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려는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디지털 경제 분야 종사자들의 수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송 자오리 박사는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의 지식 노동자들이든 배달 플랫폼의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든, 양측 분야 모두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다수는 996근무제를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는 집단행동을 동원하고 있다.

홍콩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구(NGO) '중국노공통신(China Labour Bulletin)'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31건의 음식 배달 노동자 시위가 있었다.

챈 박사는 "중국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이 문제가 터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정부는 중국 국내의 안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중국 젊은이들의 태도가 변하면서 노동 보호 여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고 믿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열심히 일하고도 거의 보상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과로에 지친 젊은이들 사이에는 불만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이 너무 환멸을 느낀 나머지, 과로하지 말고 성취 가능한 성과에 만족해야 한다는 개념의 "탕핑(躺平)" 트렌드가 최근 몇 달 사이 주목받고 있다. 탕핑은 문자 그대로 "평평하게 눕기"라는 뜻이다.

송 박사는 "젊은이들은 다른 선택권들을 봐 왔고 좀 더 유연한 생활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젊은이들 일부는 극심한 경쟁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중국 젊은이들 일부는 극심한 경쟁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개념을 우려하면서 향후 몇 년간 감축할 노동력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중국의 인구 조사는 지난 5월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인구 증가율을 보였다.

챈 박사는 "이는 정부의 큰 관심사인데, 경제를 지속하려면 젊은 노동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정부가 젊은 근로자들에게 더 인간적인 듯한 고용 시스템을 만들어 그들에게 어필하려는 이유"라며 "중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젊은 노동자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제 변화의 전망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노동사회보장부의 공동성명서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오갔다. 많은 누리꾼들은 과연 직장 생활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그들은 중국 정부가 일부 대기업들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계속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감히 규제를 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챈 박사는 "법정 판결들은 기업이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기업은 패소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고용주들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는 근로자들이 주 5일과 6일을 번갈아 근무하던 "긴 주/짧은 주" 관행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비보는 한 온라인 게시물에 "이제부터 우리는 주말에 완전히 쉰다! 노동자들을 위해 행복하고 진보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이제 근로자들은 자신의 상사를 법정에 세우는 데 더욱 용기를 낼 수도 있다.

안젤라 장 홍콩대 법대 교수는 "앞으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낄 때 노동법에 따른 권리를 발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대법원의 지침에 따라, 앞으로는 하급 법원들도 유사한 노동 분쟁에 얽힌 노동자들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