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재개발: 서울 도심 재개발에 대해 예술가들은 서울시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박원순 개인전'이 타이틀이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출품한 작품은 없다. 을지로의 한 화랑에서 열린 '박원순 개인전'이다.
일군의 작가들이 '작가 박원순의 어시스턴트'를 자처하며 내놓은 작품들이 을지로의 낡은 건물 3층에 자리한 화랑에 전시됐다.
같은 건물의 2층에는 을지로 일부 구역의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이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최황 작가는 우연이라고 말했지만, 이 건물 3층과 2층에서 각기 벌어지는 일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이 있다.
재개발 압력
을지로 일대는 서울 구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화려한 고층 오피스 빌딩을 배경으로 낮고 낡은 건물들이 밀집돼 있는 모습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강남 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풍경일지는 몰라도 여전히 구도심은 서울 어느 곳보다도 높은 '공간의 가치'를 자랑한다.
구도심, 강남, 여의도를 서울의 주요 오피스 구역으로 분류하는데 콜리어스인터내셔널의 조사에 따르면 구도심의 2018년 1분기 오피스 임대료는 1㎡당 31,328원으로 강남의 26,800원이나 여의도의 23,416원에 비해 훨씬 높다.
때문에 을지로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낡은 건물들을 헐고 새로 건물을 새로 지으려는 움직임은 늘 있었다. 과거 이명박 시장 때도, 오세훈 시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재개발' 아닌 '재생'
반면, 박원순 시장은 이런 흐름과는 다른 정책을 표방해왔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규제를 했고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이란 표어를 내세웠다.
"서울은 기존의 것을 없애고 새로 만들던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끝내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보존하고 존중하는 도시재생을 시작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8년 3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주된 성과로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도 을지로다. 세운상가를 리노베이션한 다시세운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사진 출처, 박원순 개인전
하지만 을지로에는 세운상가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일대에 밀집한 조명 상가, 각종 공구 및 철물 공장 등은 적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곳들이다.
작품 작업을 할 때마다 이곳을 찾던 예술가들은 을지로에 대해 갖는 애착이 각별하다.
특히 일부 예술가들은 주민공모사업을 통해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그들이 포착한 을지로의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였다.
철거 개시
그때문에 이명박 시장 시절이나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건물이 허물어지지 않았던 을지로의 재개발 구역이 '도시재생'을 표방하는 박원순 시장 시절에 결국 철거가 시작됐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작년말부터 입정동을 필두로 을지로 일부 구역에 대한 철거 작업이 가시화되자 현지의 상인과 활동가들은 이에 반발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작 이 문제가 여론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한 오래된 냉면집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냉면 노포(老鋪) 중 하나인 을지면옥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된다는 게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
이후 박원순 시장은 지난 1월말 을지로 일대 재개발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 코리아가 을지로 일대를 찾았던 3월초에도 철거는 계속 진행중이었다.
을지로의 앞날은?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을지로 일대를 대규모로 통합 재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4년 이를 소규모 단위로 재개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서울시는 입정동을 비롯한 세운상가 주변 지역이 "물리적 환경이 매우 열악하여 화재 등 상시 재난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재개발이 불가피하다고 BBC 코리아의 질의에 답했다.
서울시는 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의 기본 방향이 "서울의 역사와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고 있는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단순 물리적인 개발이 아닌 인문·역사·사람들도 같이 담아서 재생의 틀 안에서 개발이 조화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기획, 취재, 촬영, 편집: 김수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