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머, 총리 및 노동당 대표직 사임 발표 … 후임 선출 경쟁 열려
- 기자, 리처드 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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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총리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노동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총리를 결정할 당내 경선의 길을 열었다.
스타머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자신이 노동당을 다음 총선으로 이끌 적임자가 아님을 인정한다며, 국왕 찰스 3세에게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 지도부에 후임 선출 일정을 요청해 둔 상태며, 후보 등록은 7월 9일에 시작돼 의회 여름 휴회 전인 7월 16일 마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경선이 실시될 경우 9월 의회가 재개되기 전 신임 당대표가 선출될 것이며,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선출이 끝날 때까지는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스타머 총리는 후임자는 "2년 전 내가 물려받았던 영국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공정한 영국을 물려받게 될 것임을 알기에, 그에게 전폭적이고 확고한 지지를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앤디 번햄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지난주 메이커필드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영국개혁당' 소속 경쟁자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번햄 전 시장은 지난 22일 의원직을 시작하고자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기 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로 꼽혔던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이 번햄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그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당대표 후보로 거론돼온 또 다른 인물인 알 칸스 전 국방부 차관의 경우 22일 저녁 ITV 소속 방송인 로버트 페스턴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런던 유스턴 역에 도착해 BBC와 인터뷰한 번햄 전 시장은 스타머 총리의 "헌신과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총리로 선출될 경우 총선을 다시 치를 것이냐는 질문에는 "너무 한참 앞서 나간 이야기다. 지금 내 우선순위는 메이커필드 지역구 의원으로의 취임 선서"라고 답했다.
이후 하원에서 공식적으로 의원 선서를 마친 번햄 의원을 향해 노동당 의원석에서는 큰 환호가 터져 나왔으나, 야당 측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한 의원은 "그는 구세주가 아니"라고 외치기도 했다.
선서 후 의석에 착석한 그는 웨스트민스터 홀(의회)에서 동료 노동당 의원 약 200명과 단체 셀카를 찍기도 했다.
번햄 의원은 다음 주 연설을 통해 총리 취임 시 정부의 재정 준칙을 지키면서도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차기 재무장관 후보를 낙점하지 않은 상태다. 한 소식통은 "아직 어떤 직책도 배정되지 않았고, 어떠한 거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PA Media
스타머 총리는 2020년 4월 노동당 당대표로 선출됐으며, 이후 2024년 7월 5일 노동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총리로 올라섰다.
그는 역사상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노동당 총리로 남게 됐다. 재임 기간 자체는 보수당 출신 전임 총리인 리시 수낙과 리즈 트러스보다 길지만, 그 이전의 노동당 총리 6명보다는 짧다.
이번에 스타머 총리가 물러나면서 영국은 2016년 이후 7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임 연설에서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 내부적으로 "내가 다음 총선을 이끌 적임자인지" 의문이 제기돼왔다며, "그 질문에 대한 원내 당원들의 답을 들었고, 나는 그 답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서머타임(BST) 기준 오전 9시 30분, 뜨거운 햇살 아래 스타머 총리는 아내 빅토리아와 함께 관저를 나아 연설에 나섰다.
지지자들과 동료들, 총리 관저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사임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에서 물러나는 만큼, 이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멋진 아내 빅토리아에게 최고의 남편이 되는 일, 내 자부심이자 기쁨인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졌다. 한 시위 참가자가 유럽연합(EU) 찬가를 재생한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한때 해당 곡을 노동당을 가장 잘 "요약"해주는 음악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2023년 클래식 FM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는 이 교향곡이 "운명의 감각과 강한 낙관주의를 담고 있다 …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스타머 총리가 "더 강하고 안전한 영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했다"며 우리는 "함께 수많은 자랑스러운 성과를 이뤘으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안젤라 레이너 전 노동당 부대표 또한 고용 및 장기 토지 임차권 법안 개혁을 언급하며 "역사는 그가 직면했던 어려움뿐만 아니라 그가 주도했던 성과들까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햄 의원 또한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이제 국민은 "안정성과 진지함,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한 계속된 집중"을 기대하고 있다며, "바로 그런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널리 예상되던 바대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그는 X를 통해 "국민들은 경제 성장, 생활비 부담, 공공 서비스, 부동산, 미래 세대를 위한 기회 확대 등 여러 현안에서 진전을 원한다"고 적었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의 경우 과거 당대표 경선 출마 의향을 밝힌 바 있으나, 22일 "최근 며칠간 번햄과 길게 대화를 나눴다"고 말하며 동료들에게 번햄 의원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번햄 의원이 "우리 정치 전통의 장점을 살린 포용적인 정당을 구축하는 데 전념"하며, "민족주의의 세력에 맞선 이 중대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임을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지난 주말 버킹엄셔 소재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 머물며 자신의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번햄이 승리하면서, 노동당 내부의 사임 압박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을 향한 당내 불만은 지난 5월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선거의 부진한 결과 이전부터 고조되고 있었다.
당내의 압박 속 한 달 사이에 주요 핵심 정책 3가지의 방향을 바꾼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울러 스타머 총리가 피터 맨델슨을 주미 영국 대사로 임명한 결정 역시 그의 판단력과 전반적인 운영 체계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맨델슨 전 대사는 미국의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와 관련해 새로운 정보가 드러나면서 해임됐다.

사진 출처, Reuters
스타머 총리는 고용권, 이민, 아동 빈곤 등 재임 기간 자신의 성과를 옹호하며 이번 연설을 시작했다.
자신은 "정치적, 재정적, 도덕적으로 파산 상태"였던 당을 물려받았으나, 이를 바꾸어놓았다고도 강조했다.
데이비드 래미 부총리는 스타머 총리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의 외교적 업적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원 의원들에게 스타머 총리는 "원칙을 지키고, 용감하며,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섰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영국 총리 사임과 관련한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는 "매우 좋은 사람"이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내 친구"라면서도, 이란 전쟁 및 북해 석유·천연가스 시추에 대한 그의 입장을 지적했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끔찍한 총리"였다며, 고용주 국민보험료 인상과 "진정한 복지 개혁 포기" 등 스타머 총리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X를 통해 "하지만 문제는 스타머 한 사람만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복지부 장관이 지적했듯이, 노동당 의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나눠주고자 세금 인상만을 원합니다. 이는 누가 당을 이끌든 상관없이, 노동당의 선택이자 가치관입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영국 국민들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가운데 총리만 바뀌는 이 끝없는 쳇바퀴 같은 상황에 지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단지 총리 관저의 주인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나라를 고칠 수 있도록 망가진 정치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이젤 파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만약 노동당이 또 다른 직업 정치인을 총리 관저에 앉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일갈했다.
잭 폴란스키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 대표는 국민들은 번햄 의원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길 바라겠지만,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번햄 의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부에 대해 공정한 세금을 부과할 의향이 있습니까? 수도 회사를 국유화할 의향이 있습니까? 공정한 선거 제도와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더 나은 정치를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의향이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