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북한 주민 코로나 백신 접종' 언급... 진심일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백신 접종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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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백신 접종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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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성을 언급했다. 과연 북한 전체 주민에 대한 백신 접종은 가능한 일일까?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 5∼6월에 내부 팬데믹을 겪으면서 형성된 항체력이 10월경에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책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며 특히 11월부터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접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북한 내 백신 유통을 위한 '콜드 체인 시스템'(저온 보관 시설)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통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실적인 선택은 '중국산 백신'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BBC에 "결론적으로 중국산 백신의 접종이 제일 수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신을 받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이 함께 유입돼야 하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서방보다는 중국에 개방을 하는 것이 체제 유지 차원에서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 바이오텍 그룹 CNBG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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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중국 국가 바이오텍 그룹 CNBG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따라서 "비록 '물백신'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단 중국 백신 먼저 접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기 샤픽 전 유니세프 평양사무소장도 최근 "중국이 북한에 제일 적절하게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며 "국제기구는 중국과 달리 백신 배분 과정을 감시하고 관여하는데 북한이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이 북한 내 백신의 수송과 배분 등의 계획뿐 아니라 저온유통 시설 수리나 교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5월 대북 백신 지원과 관련해 "동지이자 이웃나라, 친구로서 중국은 북한의 방역을 수시로, 전폭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백신은 왜 불가능?

코로나 백신은 한국에서 최초로 허가된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미국산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중국산 시노백과 시노팜, 러시아산 노바백스 등 다양하다.

정성장 센터장은 "영하 60~90도 초저온의 콜드 체인 시스템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다 해동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과는 달리 노바백스나 얀센은 2~8도에서 냉장 보관이 가능해 북한 당국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여건상 화이자나 모더나 대신 노바백스나 얀센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산 얀센이나 러시아산 노바백스의 경우 원거리 이송 절차가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을까

북한은 지난해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가 제안한 128만 8800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모두 거부했다.

중국산 시노백 백신 약 300만 회분도 부작용을 이유로 받지 않았다.

당시 북한이 화이자와 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을 원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정 센터장은 "코로나가 침투하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극도의 공포심을 갖고 있던 북한이 올해 4월부터 극심한 코로나를 겪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당시의 혼란이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 속에 북한 평양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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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 속에 북한 평양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고 있다

일부 주민 이미 접종?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백신을 언급한 것은 '2500만 전 인민적 차원의 접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산 백신이 이미 어느 정도 유입됐으며 고위 공직자와 국경경비대, 보안원, 군인 등은 이미 접종을 마쳤다는 것이다.

청진의과대학 출신의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에 백신이 전혀 없냐, 주민들이 전혀 접종을 안 했냐, 그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백신 접종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해서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통제됐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 함경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최북단 지역에서 코로나로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

최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은폐하고 있을 뿐, 여전히 코로나는 현재진행형"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니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나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 쇼를 하는 것일 뿐, 실제 전체 주민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부작용 우려'

북한이 주민 전체에 대한 백신 접종을 안 하는 것은 부작용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것.

최 연구원은 "북한 내 기저질환자, 만성질환자, 소아, 노년층 모두 장마당에서 약을 돈 주고 사먹는 형국에 백신 접종 과정에서 부작용 환자가 나타날 경우 북한이 그 부작용을 감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도 앞서 "북한 내 영양부족은 전체의 40%"로 "사망 1, 2위가 심혈관 질환, 3위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코로나와 연관된 기저질환자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결핵인구 13만 명, 영유아 사망률은 한국의 5배, 독감 사망률 7배 등으로 보건의료 여건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