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방한: '안보·경제·거버넌스' 협력 강조…중국 언급은 없어

펠로시 방한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한 건 2002년 데니스 해스터트 의장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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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현직 하원의장이 방한한 건 20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이번 순방의 세 가지 중요한 목적은 안보, 경제, 거버넌스"라며 "어떻게 하면 한·미 동맹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한·미) 의회 간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40여 분간 전화 통화를 나눴으나 대면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일각에서는 대만 방문 직후 한국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이 양안 관계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지만, 이번에 중국과 관련한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다.

미 하원의원 대표단으로는 지난달 하원에 제출된 '김치의날 지정 결의안'에 참여한 그레고리 믹스 민주당 의원, 한국계 미국인인 앤디 김 의원, 베트남전 참전 한국계 미국인 대상 의료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인 마크 타카노 의원, IT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수잔 델베네 의원, 라자 크리슈나무트리 의원 등 5명이 동행했다.

북한부터 위안부 문제까지…'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적극 추진하기로

양국 의장은 안보, 경제, 거버넌스 분야에서 한·미 국가 간, 의회 간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공동 발표 자리에서 "양측은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결의안 채택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5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우리는 협력을 통해 모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동시에 한국의 의견을 경청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실질 협력과 관련해 우리 측은 미 의회가 지난해 말 '인프라법'에 이어서 지난달 '반도체 및 과학 지원법'을 통과시킨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미 의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의 발의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결의안으로 위안부 여성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규탄하고 일본 관계자들과도 우리 의견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다. 일본에 문제 해결을 여러 차례 촉구하기도 했다.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에서 "(이번 방한이) 한·미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는면담 대신 '40분 통화'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40여 분간 전화 통화를 나눴으나 대면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안보실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0분간 펠로시 의장과 통화했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일정을 언급하며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 일행 방문이 한·미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며 "워싱턴에서 최근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나갈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미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나가자"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를 국내 의전서열 2위인 김 의장이 맡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의 중요성 및 특수성, 미국에서 펠로시 의장의 존재감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이 나섰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동했다. 이튿날 마지막 순방국인 일본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조찬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비난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외교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비판 여론에 대해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은 "펠로시 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1~5일)이 겹쳐 (대통령)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입국과 관련해서도 '홀대' 논란이 일었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 하원의원 대표단은 지난날 밤 9시26분쯤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했는데, 당시 사진에 한국 국회나 여야 의원, 정부 인사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수석은 정부가 아닌 국회가 미 하원의장 의전을 담당하는 것이 관례라며 "국회 의전팀이 영접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 더군다나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오후 6시30분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JSA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