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여가부 '나쁜 아빠들' 첫 신상공개에 반응 차가운 이유는?

2019년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양육비제도 진정입법 부작위 헌법소원 기자회견'에서 어린이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양육비해결모임은 헌법재판소에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인 기본권 침해'로 사상 첫 양육비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접수했다

사진 출처, 뉴스1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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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10년 넘게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은 친부 2명의 이름과 직장 등 신상정보가 19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지난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개정 후 첫 명단 공개 사례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희망 고문'이라며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기다려왔던 '신상공개'에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연유는 무엇일까.

'얼굴 공개' 없는 신상공개

이번에 명단 공개가 되기까지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역할이 컸다.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게시한 이 사이트는 미지급 사례 1000건 가까이를 해결한 곳이다. 2018년 7월 문을 열었던 이 사이트는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되자 "할 일을 다 했다"며 지난 10월 폐쇄됐다.

하지만 정부가 시작한 명단공개는 배드파더스와 달랐다. '얼굴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

공개된 신상정보에는 이름,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 기간, 채무 금액 등만 담겼다. 신상공개 기간은 2024년 12월까지 3년이다.

이번 공개 대상자 김모(55)씨와 홍모(49)씨의 미지급 채무액은 각각 6520만원, 1억2560에 달한다. 개정 양육비 이행법 시행 이후 법원으로부터 감치명령(지급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구속)을 받았는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홍모씨의 경우 이미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됐었지만 양육비를 주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배드파더스 설립자 구본창 씨는 "이 법의 취지가 심리적인 압박을 줘서 미지급을 해결하도록 하는 건데 누군지 특정도 안 되는데 누가 양육비를 지급하겠느냐"고 말했다.

구 씨는 직장 주소도 도로명까지만 나와 있고, 동명이인도 많을 수 있어서 미지급자가 누군지 추측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아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

실제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까지 가려면 절차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시간도 걸린다.

이행명령 소송에 이어 감치명령 소송을 먼저 해야 한다. 그래도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으면 소명 기간인 의견진술 기간 3개월을 거쳐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공개 명단이 적었던 연유도 이런 복잡하고 긴 절차 때문이라는 게 구 씨의 설명이다.

구 씨는 "혼자 힘들게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며 버텨온 양육자들 입장에선 힘들게 신상공개까지 왔는데, 누군지 특정도 안 된다면 가능성 없는 희망 고문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미지급자 입장에서도 이행법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네'라는 인식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배드파더스' 문이 닫힌 후 힘들게 받아 낸 양육비가 끊긴 사례도 있다.

법 개정에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에 명단 공개가 되기까지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역할이 컸다

사진 출처, 배드파더스

사진 설명, 이번에 명단 공개가 되기까지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역할이 컸다

'적용 요건 너무 까다롭다'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바뀐 조치에는 3가지가 있다. '신상공개'와 더불어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다.

이번에 다른 양육비 미지급자 17명에 대한 조치도 이뤄졌다.

여가부는 신상이 공개된 미지급자 외 추가로 7명의 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하고, 10명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관할 경찰서에 요청했다.

이들 17명이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중 최대 금액은 1억536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조치에 대해서도 효과가 떨어질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육비 해결 단체 등은 법적 제재가 풀어지는 조건이 '양육비 이행 시까지'가 아니라는 요건을 문제 삼고 있다. 출국 금지는 6개월, 운전면허 정지는 1번에 100일에 정도까지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끝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행명령과 감치명령, 제재 심의까지 똑같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통상 이 과정까지는 2~3년 정도 걸린다.

특히 법원에서 감치명령이 나와도 실제 감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해 9월 기준 156명이 양육비 채무로 감치명령을 받았지만, 실제 감치된 건 30명에 그친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양육비 이행률이 높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양육비 이행을 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 자격증까지도 다 취소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도 복잡한데 기간이 지나면 이게 무효화된다는 건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들 사이에서도 법과 현실이 떨어져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제재 요건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출국 금지를 요청하려면 채무 금액이 5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이마저도 사업 등의 목적이면 예외가 인정된다.

이 대표는 "기준을 높게 만드는 바람에 막상 적용되는 경우는 양육비 미지급이 10년 등 꽤 오래된 사람들에게만 해당이 된다"며 "1~2년 정도 된 가정은 양육비를 확보할 기회도 못 받고 아이들은 청년이 돼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출국 금지의 경우 법무부에 기간 연장을 요청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번 명단 공개에 앞서 지난 17일 "앞으로 제도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명단공개 시 의견진술 기간 단축과 더불어 출국 금지 요청 요건 완화를 추진하여 미성년 자녀들의 안전한 양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5년간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건수는 1만6000건이 넘지만, 이행률은 35% 수준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