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노 타임 투 다이'

- 기자, 니콜라스 바버
- 기자, BBC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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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그가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한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자신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영화는 거대한 야망과 이에 대한 놀라운 침착함이 씨줄과 날줄로 짜여있다.
"(행사용) 예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게 마지막이요."
'카지노 로얄'에서 베스퍼 린드는 이런 말을 했다. 마찬가지다. 제임스 본드 영화는 여러 편이 있지만, '노 타임 투 다이'는 분명 그 마지막일 것이다.
이 영화는 오랜 시간을 이어온 액션 시리즈의 후속편 하나로 치부할 순 없다. 지난 10년간의 문화적/경제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유 중 하나는 노 타임 투 다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다섯 편의 본드 영화 중 최종작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바바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G 윌슨은 제작 내내 이를 염두에 뒀다.
그래서 그들은 열정적으로 모든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느슨한 부분을 매듭지으려했다.
아울러 크레이그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007 스턴트와 스토리라인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대중의 커다란 사랑을 받은 주인공에게 기억에 남을 송별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특히 이번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가 되었을 전작 '스펙터'보다 더 강렬한 작품을 원했다. 그만큼 노 타임 투 다이는 특별해야 했다.
마지막이라는 점만 중요한 게 아니다.
2015년 10월 스펙터가 개봉된 지 거의 6년이 지났다.
팬데믹 때문에 이 영화의 개봉은 세 번이나 연기됐고, 영국의 영화관들은 매출 회복을 위해 이 작품에 매달려야 했다.
이온 프로덕션(007시리즈 제작사)이 공인한 25번째 시리즈인 만큼, '로열 웨딩(왕족의 결혼)'과 월드컵을 혼합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 있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사상 최고조로 치솟은 이 기대에 영화가 부응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본 관객 대부분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다.
노 타임 투 다이의 러닝 타임은 2시간 43분.
퀀텀 오브 솔러스보다 1시간 정도 더 길고, 본드 영화 중 가장 긴 작품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가 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밀도 있는 짜임새로 거의 불평할 새가 없다.
분명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짧은 영화가 더 낫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와 함께 각본에 참여한 작가들(닐 퍼비스, 로버트 웨이드, 피비 월러-브리지)은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본드에 우리가 기대하는 모든 연속성과 낭만적인 불안감을 담아냈다.
동시에 우리가 초기 007 작품을 연상할 만한 공상 과학 소재도 다룬다. 각종 장비, 세계 지배에 대한 광적인 야심, 숀 코네리와 로저 무어 시대에 켄 아담이 만들었을 법한 비밀 본부 등이 등장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본드는 M(랄프 파인즈), Q(벤 위쇼), 머니페니(나오미 해리스), 태너(로리 키니어)등 옛 동료와 재회한다.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후반부 본드가 M16에서 은퇴한 뒤 들어온 노미(라샤나 린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전 본드 시리즈 내용이 수차례 떠오르고, 전작들에선 볼 수 없었던 이안 플레밍의 소설 속 소재들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익숙한 것만은 아니다.
한스 짐머의 오페라 스타일 음악과 라이너스 샌드그렌이 만들어낸 따뜻한 촬영 덕에, 슬픈 감정이 강조되는 등 다양한 감정선이 강렬하게 표현된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도 살아있다.
본드가 이렇게 많은 농담을 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고, 그가 올리버 하디 스타일의 격앙된 눈빛을 이렇게 자주 보여주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노 타임 투 다이는 영화 속에서 다른 어떤 본드 시리즈보다 더 오랜 기간을 다룬다.
영화는 스펙터에 나왔던 여자친구 매들린 스완(레아 세이두)이 어린 소녀였을 때를 긴장감 있게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런 다음, 스펙터에서 연결되는 이야기를 아찔한 스턴트 장면들로 이어간다. 예고편에 나왔던 본드가 다리에서 뛰어내리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애스턴 마틴으로 원을 그리며 헤드램프에 장착된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5년 후"로 넘어간다. 자메이카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있는 본드.
이안 플레밍이 자메이카에서 소설을 썼다는 점을 감안할 때 꽤나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휴식은 오래 가지 않는다. 러시아 과학자(다비드 덴칙)가 사핀(라미 말렉)에게 납치당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IA 소속 친구 펠릭스 라이터(제프리 라이트)가 본드를 찾아온다.
이후의 줄거리는 너무 복잡하다. 후쿠나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이를 숨가쁜 속도와 적절한 논리가 섞인 액션으로 이를 풀어간다.
하지만 많은 볼거리가 들어차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아니 디 아르마스가 연기한 CIA 요원은 허술함과 유능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때문에 영화에서 이 캐릭터가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 점은 유감이다.
말렉은 본드 영화의 전형적인 악당이 되기에는 너무 어리고, 감성적이며, 무섭지 않다.
사악한 계획 보다는 머리 손질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제작진이 목표로 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또 다른 요소들이 있다면, 그것은 크레이그의 본드 시리즈를 거대한 야망과 이를 대처하는 침착함으로 마무리하려는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희생한 것들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다른 본드 시리즈에서 여러 요소들을 가져와 묶어내는 짜임새를 보여준다.
옛 본드 시리즈의 OST 가사처럼 "이것이 우리가 가진 전부라면,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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