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무원: 60년대에 비해 상류층 비율이 더 많아졌다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시계탑 '빅 벤'과 중산모를 쓴 남성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마크 이스턴
    • 기자, BBC 뉴스
  • 게재 시간

영국의 고위직 공무원 구성이 1960년대보다 포쉬(Posh·'우아한 상류층다움'을 뜻하는 영국식 표현)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계층 간 이동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영국 자문 기구 '사회이동위원회(SMC)가 20일 발표한 '미로 찾기(Navigating the Labyrinth)'에 따르면 고위직 공무원의 72%가 특권층 출신이었다. 이는 1967년 조사 결과인 67%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직 공무원 중 18%만이 낮은 사회·경제적 배경 즉 서민 출신이었다.

영국 공무원 3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 공무원 사회엔 서민층의 승진을 가로막는 '행동 강령(Behavioural Code)'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MC는 영국 공무원 사회엔 '올바른 억양(right accent)'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하는 등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보다 우아함이 우선시되는 공무원 사회'

영국 공무원 44만5000명 대부분은 정부 부처에 고용됐다.

이들의 교도관이나 세금징수관 같은 단순 행정직에서부터 장관급과 일하는 최고위직 공무원인 사무차관까지 다양하다.

영국의 중앙 정부 청사 격인 화이트홀에 근무하는 상위직 공무원 59%가 사립학교를 나왔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사립학교 진학 비율의 3배에 달한다.

사회 이동성을 주도해온 버나데트 켈리 영국 교통부 사무차관은 이번 보고서를 환영했다.

그는 "보고서의 내용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한 동료들과 사회 이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내 경험과 일치한다"며 "특권층 출신이면 더 수월한 숨겨진 승진 경로가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부모가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종사한다면 더 '유리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정의된다.

반면 부모가 한 번도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거나 운전기사, 청소원, 안내원, 기계공과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면 '불리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정의된다.

보고서는 '성과' 보다는 외적인 '우아함'을 중시하는 공무원 문화가 존재하고, 이는 출신 배경이 열악한 공무원의 진급에 장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승진 '꽃길' 걸으려면 라틴어 써야

공무원 크리스틴은 보고서 연구진에게 고위직 직원들이 느닷없이 라틴어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고 연구진에게 밝혔다.

영국에서의 라틴어 사용은 한국에서 한자를 섞어 쓰면 유식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크리스틴은 "(라틴어 사용이 고상하게 보인다는 것이) 약간 고정관념인 것은 맞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전했다.

"장관급 회의에 참석했다고 칩시다. 그들은 일종의 라틴어로 대화를 나누죠.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웃고 있었지만, 어리둥절했던 당신은 나중에서야 그들이 브뤼셀(유럽연합 본부)에 대해 농을 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보고서는 중립적인 영국 표준 억양으로 '노변정담(친밀한 관계끼리 나누는 일종의 잡담)'을 구사해야 취업 과정의 '비단길'을 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공무원은 연구진에게 그들만의 "확실한 화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폴리는 서민층의 공무원은 확실히 "덜 잘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저도 말할 때 더 억양을 줘 보거나 더 잘 발음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스꽝스럽고 굴욕적이죠."

이같은 상류층의 고위직 승진은 수도 런던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공무원의 3분의 1이 특권층 출신이었다. 영국 북동부의 경우 41%가 특권층 출신이었다.

괴짜도 공무원 사회에 속하길 바랐던 영국 정부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수석 보좌관을 지낸 도미닉 커밍스의 주도로 공무원 사회 개혁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개혁은 지연되고 있다.

커밍스는 "독특한 기술을 가진 괴짜들과 부적응자들(weirdos and misfits with odd skills)"에게도 정부에서 일할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양성을 위해 공무원 2만 2000명을 런던 밖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SMC는 이런 계획은 오히려 런던 공무원 조직에 유리한 배경 출신이 더욱 집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사회가 "공정한 채용 절차와 공평한 커리어 개발을 위한 모범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공무원 조직 내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고 다양성과 포용성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불리한 배경 출신이 고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앨리스터는 특정 출신으로만 채워진 공무원 사회는 국민 구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불리한 배경 출신의 직원들은) 공무원들은 온통 정치 얘기나 자신들이 팔로잉하는 트위터리언들 얘기만 한다고 저한테 말하더군요. 하지만 영국인 대부분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트윗을 읽지 않습니다. 아마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방에 있는 공무원들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