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먹기'와 '엉덩이 만지기'는 허락 필요?... 호주 성교육 영상 논란

사진 출처, The Good Society
호주 정부가 학생들에게 성관계에 대한 합의와 성폭력 등을 가르치기 위해 제작한 성교육 캠페인 영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성교육 영상은 타코를 먹거나, 누군가의 얼굴에 밀크셰이크를 칠하는 등의 은유를 사용해 무례함과 학대에 관해 설명했다.
양성평등운동가들은 이번 영상이 "기괴"하고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캠페인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옹호했다.
앨런 터지 호주 교육부 장관은 "이 자료는 앞서 제공되고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제작됐으며 호주의 어린 학생들을 더 잘 교육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료"라고 말했다.
이번 영상은 호주 정부가 존중에 대해서 가르치기 위해 내놓은 '존중은 중요하다(Respect Matters)'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영상이 게재된 호주 웹사이트 '굿 소사이어티'의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에는 이 외에도 350개 이상의 동영상, 팟캐스트, 글 등이 게재돼 있다.
호주 정부가 14세에서 17세 사이의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 자료로 제작한 해당 영상에는 한 10대 소녀가 허락 없이 그의 남자친구의 얼굴을 밀크셰이크 범벅으로 만드는 행동을 보여준다.
이후 피자를 먹는 일을 "엉덩이를 만지는 것"에 비유하며 이를 허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사진 출처, The Good Society
상대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하는 것에 관한 또 다른 영상도 문제가 됐다.
영상 속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상어와 함께 수영하자고 설득하는 가운데, 제안을 의심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과 젠더 규범'이라는 영상에선 성 규범과 성별에 따른 근거 없는 믿음을 혼동하기에 이른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보다 성관계를 더 즐긴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은 성관계를 원한다'와 같은 근거없는 믿음이 '성 규범'의 예라고 설명한다.
굿 소사이어티 웹사이트는 이 학습 자료를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존경받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참여적이고 유연한 온라인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여성 인권 운동가들과 성폭력 반대 운동가들은 해당 콘텐츠가 유해하며 '성관계', '성폭력', '성폭행'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현실적인 상황이나 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양성평등기구 '페어 어젠다'는 호주 정부에 폭력 방지 전문가와 상의해 "우려되는 기괴한" 콘텐츠의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하기도 했다.
페어 어젠다 측은 "젊은이들은 그들이 어떻게 윤리적으로 관계를 개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이고 명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의와 존중에 대한 훈련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어 어젠다는 이 웹사이트가 호주 정부 자체의 성폭력 예방 교육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웹사이트 "추가 정보" 페이지엔 학생들이 호주 인권위원회에 "어떠한 종류의 성폭력"도 신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성인이나 경찰에 알리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호주 '캠퍼스 내 성폭행 중지' 캠페인의 책임자 샤르나 브렘너는 트위터에 "사이트에 몇몇 좋은 정보가 있지만, 이를 상쇄하는 매우 해로운 정보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호주인'이자 성폭행 생존자인 그레이스 테임은 호주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영상이 성인과 어린이들의 지능을 모두 모욕하고 있다며 "성폭행 트라우마와 관련한 경험을 무시하고, 동의와 관련한 복잡한 상황적 뉘앙스를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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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상이 24년 전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과 거의 20년 전에 마지막 시즌을 끝낸 '엑스파일' TV 시리즈를 언급한 것에 대해 요즘 청소년에게 맞지 않는 구시대적 교육이라고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호주 교육부는 지난 14일 성명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여성 및 아동 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는 '아워 워치(Our Watch)', e-안전 위원회, 젊은 호주인 재단(FYA)과 부모, 지역사회, 그리고 교장단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워 워치와 FYA는 자신들이 거의 조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FYA는 2017년 말 정부의 참고 준거집단에 참여했을 수도 있을 젊은이를 한 명 소개해준 것이 전부라고 호주 SBS뉴스에 말했다.
아워 워치 측은 "교육 자료가 만들어지고 있던 2017년 말과 2019년 초 조언을 했지만 ,이후 관련 자료를 사용하거나 검증해달라는 부탁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