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5~6월은 행사의 절정이었는데'… 코로나19가 바꾼 케이팝 풍경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나고야 공연. 팬데믹 이전 수준의 공연이 과연 언제 다시 열릴지 불투명하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나고야 공연. 팬데믹 이전 수준의 공연이 과연 언제 다시 열릴지 불투명하다
    • 기자, 김형은
    • 기자, BBC 코리아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현란한 비트에 따라 깜빡거리는 전조등 불빛, '앵콜' 소리에 맞춰 울리는 경적…

최근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Stage X 드라이브 인 콘서트'에서 관객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에 이같이 호응했다.

5~6월은 보통 각종 행사에서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가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행사들이 대거 취소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국내 콘서트뿐 아니라 월드투어 역시 언제 팬데믹 이전 규모로 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영상 팬미팅이나 온라인 전용 콘서트 등으로 팬들을 만나고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BBC 코리아에 "사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고민은 계속 했어야 하지만 굳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렸었다"면서도 "이제는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고민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Stage X 드라이브 인 콘서트'

사진 출처, 현대모터스 제공

사진 설명, 최근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Stage X 드라이브 인 콘서트'

방에서 즐기는 케이팝

"방탄소년단(BTS)의 서울공연과 월드투어가 사실 제 올해 큰 목표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다 무산됐죠."

아미(ARMY·BTS 팬클럽)인 30대 후반 여성 A씨는 BBC 코리아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미 2월 말쯤 방탄소년단의 4월 서울 공연 하루와 미국 산타 클라라 공연 이틀,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공연 이틀을 예매해 놓은 상태였다.

물리적인 콘서트 참여와 월드투어 관람의 의미를 묻자 A씨는 "공연 하나하나가 팬들에게는 굉장히 큰 추억"이라고 답했다. "작년 웸블리 공연은 제 인생의 한 순간이었어요.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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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일단 다음달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실시간 온라인 공연을 집에서 보며 서운한 마음을 달랠 예정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 다음달 14일 '방방콘 The Live(더 라이브)'를 유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지난달 역대 콘서트와 팬 미팅 실황 8편을 무료 공개하는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을 열었고, 이 방송은 전 세계 최대 동시 접속자 224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 팬들이 지닌 응원봉 '아미밤' 색깔이 실제 콘서트장에서처럼 실시간으로 바뀌는 기술을 적용해 화제가 됐다. 당시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약 50만 개 아미밤이 연동된 것으로 집계됐다.

월드투어의 경제학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의 연간 박스스코어(Boxscore) 결산 차트 기준 지난해 투어로 가장 큰 매출을 올린 그룹이었다. '러브 유어셀프' 투어와 스타디움 규모 월드투어였던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를 합산해 1억9600만달러 (한화 24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

"월드투어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금액이에요. 근데 그거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굉장히 많은 금액을 월드투어로 회사들이 수익을 거뒀던 거죠. 하지만 지금 그런 활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에 거기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기자는 BBC 코리아에 월드투어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이밖에 공연을 통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강조했다.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기자
사진 설명,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기자

"공연을 한번 열었을 때 관광, MD(관련 상품) 판매 등 많은 부가가치가 발생해요. 공연 컨셉에 맞춰서 제작되는 MD의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어요. 공연이 취소되며 관광 산업, MD 산업 등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실제 고려대학교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26·27·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파이널 콘서트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약 9229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티켓 판매비와 중계 극장 대관료, 브이라이브 중계료, 공연장 대관료, 무대 설치비용, 각종 인건비, 관객 숙박비 및 교통비, 관광 지출 외에 간접적인 효과까지 계산했다.

수출에 따른 파급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음악 수출액 100달러 증가는 소비재 수출액을 약 1777달러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 수출은) 화장품, IT가전, 가공식품, 의류 등과 같은 소비재 수출액을 함께 늘리는 효과가 주목됐다"고 BBC 코리아에 설명했다.

지자체 행사도 다 취소

사실 대부분의 가수들은 방탄소년단과 같이 몇 달간 진행되는 월드투어를 통해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신인 아이돌이나 인디밴드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이들은 대신 각종 행사를 통해 무대에 오르고, 수익을 올렸다.

차우진 평론가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특수성이라면 바로 행사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등에서 개최하는 온갖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시즌별로 있고, 아이돌과 인디밴드 등은 이런 곳에서 무대를 주로 갖습니다. 하지만 행사가 다 셧다운되며 행사 수익이 없어진 거죠."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올 5~6월도 봄과 초여름 행사의 절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맘때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행사 관련 수익으로 올해 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느낄 때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데뷔하지 못한 신인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박희아 기자는 "함부로 데뷔했다가 공연도 못 갖고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데뷔나 앨범 발매를 미루는 가수들도 많다"고 전했다.

대안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연은 공연 경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온라인 맞춤형 기획이 필요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라이브 콘서트 'Beyond LIVE'를 유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했다. 가수들은 다중 화상 연결 시스템을 통한 시청자들과의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무대는 3D(3차원) 그래픽, AR(증강현실) 효과 등을 활용해 꾸며졌다.

지난달 슈퍼엠(SuperM) 공연에서 최초 공개된 신곡 '호랑이'(Tiger Inside) 무대에 AR로 구현된 호랑이가 생동감 있게 등장하기도 했다. 타이틀 곡 'Jopping'(쟈핑) 무대에서도 화면을 압도하는 거대한 콜로세움과 응원봉 물결이 AR로 실감나게 표현됐다.

슈퍼엠(SuperM)의 최근 라이브 콘서트 'Beyond LIVE'

사진 출처, SM 제공

사진 설명, 슈퍼엠(SuperM)의 최근 라이브 콘서트 'Beyond LIVE'

앨범 판매 수익을 유도하는 팬 사인회도 최근 영상으로 열리고 있다. 케이팝 팬들은 주로 앨범을 수십 장, 수백 장 사서 팬 사인회에 응모해왔기 때문에 소속사 입장에서 팬 사인회는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이다.

팬 입장에서도 스타와 일대일로 만나는 영상 팬 사인회가 더 친근감 있고 좋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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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리두기' 공연을 한 가수도 있다. 가수 이승환은 최근 거리 두기 좌석제에 기만해 공연장을 빼곡히 채우지 않은 채 공연을 했다. 입장 시 체온 체크와 공연 내내 마스크 착용은 물론, 공연은 조용한 발라드로만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