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만 명 모인 추모식에서 '찰리 커크는 순교자'

동영상 설명,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 주요 장면
    • 기자, 사라 스미스
    • 기자, 북미 에디터
    • Reporting from, 애리조나주
    • 기자, 로빈 레빈슨-킹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5 분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보수 정치 운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커크는 "위대한 미국의 영웅"이자 "순교자"라고 칭송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추모객 수만 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 외에도 JD 밴스 부통령 등 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연설자로 참석하여 지난 10일 총격으로 사망한 커크의 정치적 업적을 기렸다.

이날 커크의 아내 에리카 커크 또한 눈물 어린 연설을 통해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용서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그의 반대파들도 잘되길 바랐던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는 제 반대파들을 미워하며,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미안해요, 에리카."

이는 이번 추모식에서 아마도 가장 강렬한 순간을 전했던 에리카의 말과는 대조적이었다.

에리카는 "내 남편 찰리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청년 같은 젊은이들을 구원하고 싶어했다"면서 "그를 용서한다. 그리스도께서 그러셨기 때문이다. 증오에 대한 답은 증오가 아니"라고 연설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스타디움 앞엔 수만 명이 모여 줄을 이루었다. 자리를 확보하고자 그 전날 밤부터 야영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모자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소품을 들거나, 미국 국기 색이 섞인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스타디움 안 분위기는 시끌벅적한 정치 집회나 대형 교회 예배를 연상시켰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 기독교 찬송가 밴드들의 음악에 맞춰 거의 10만 명에 달하는 군중이 함께 노래 부르고 기도하기도 했다.

이날 연사로는 커크가 미국 대학가에 보수적 가치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공동설립한 단체인 '터닝 포인트 USA' 소속 회원들, 보수 운동계의 유명 인사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 커크의 활동 및 우파적 기독교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자처하는 이들이 이름을 올렸다.

5시간에 걸친 추모식 내내 연사들은 커크의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의 깊은 신앙심을 높이 평가했다.

유타주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과 토론 중 총격으로 31세의 나이로 사망한 커크는 이날 수차례 순교자 및 보수 운동의 역사적인 인물로 묘사되었다.

찰리 커크 추모식의 참석자들이 기독교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에는 수만 명이 운집했다

연사들은 커크의 죽음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및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강력한 입지를 다진 미국의 보수 운동을 더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찰리가 숨진 날에는 천사들도 울었지만, 그 눈물은 우리 마음속에 불꽃으로 변했다"면서 "우리의 적들은 우리의 힘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연설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불화를 빚었던 일론 머스크 CEO도 이날 참석하여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추모식 이후 머스크 CEO는 '찰리를 위해'라는 문구와 함께 생전 그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스타디움 관중석과 무대 위에서 커크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운동가이자 트럼프를 위해 청년들의 투표를 촉진한 인물로 추앙받았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수석보좌관은 "찰리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결정적인 승리를 만든 인물이다. 내가 장담한다"고 연설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가 없었다면 우리도 여기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현장의 청중들은 'U-S-A, U-S-A"라며 구호를 외쳤다. 아울러 밴스 부통령은 커크의 정치적 유산을 언급하며 "이제 우리가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 외에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등의 트럼프 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이날 참석했다.

'저는 그를 용서합니다'

이어서 아내 에리카가 무대에 등장했다. 에리카는 눈물을 쏟아내며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회상하는 한편 남편의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에리카는 남편 사후 '터닝 포인트 USA'의 신임 CEO로 임명되었다.

에리카는 "나는 남편의 생명을 앗아간 상처를 직접 보았다"면서 "그가 느꼈을 모든 감정이 느껴졌다. 충격적이었고 공포를 느꼈다. 존재조차 몰랐던 아픔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찰리가 암살당한 지난 10일 동안 우리 눈앞에 펼쳐진 건 폭력도, 폭동도, 혁명도 아니었다"면서 "대신 남편이 미국을 위해 항상 기도했던 모습이 일어났다. 우리는 부흥을 목격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한편 에리카는 용의자로 지목된 타일러 로빈슨(22)을 용서한다는 뜻을 밝히며 "그 청년을 용서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그러셨기 때문이고, 찰리도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 설명, 미국은 분열된 상태인가? ... 찰리 커크 지지자들의 의견

에리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자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를 거듭 칭송하는 동시에 미국 도시의 범죄 문제 등 자신이 평소 내세우던 정치적 화두를 언급하기도 하고,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조롱하기도 했다.

커크에 대해서는 "그는 미국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면서 "오늘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을 대신해 한 마디 하건데, 우리 모두 찰리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도 그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커크는 단 한 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찰리는 자신의 반대파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그들이 잘되길 바랐다"고 언급하자 관중석에서는 일부 웃음이 터져나왔다.

"바로 그 점이 제가 동의하지 않던 부분입니다. 저는 제 반대파들을 미워하며,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지도 않거든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급진 좌파"라고 부르는 이들을 비난하며 이들이야말로 미국 내 폭력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연설 말미에는 커크는 "(청년) 세대의 위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청중의 박수갈채 속 무대 위로 에리카를 불러 포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에리카 커크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트럼프 대통령과 에리카 커크는 추모식이 끝난 뒤 서로를 껴안으며 수천 명의 군중에게 감사를 표했다

뚜렷한 당파적 색채를 띤 이번 추모식은 커크의 죽음이 미국 사회의 극단적 정치적 분열을 드러낸 계기가 되었음을 반영한다. 미국 우파 진영에서는 좌파가 정치적 폭력을 부추긴다고 비난한다.

트럼프 현 행정부는 이른바 '급진 좌파'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 권한의 남용이라는 비난과 커크의 죽음을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커크 살해 혐의로 기소된 로빈슨은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다만 당국은 그의 살해 동기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커크는 18세 때 대학 캠퍼스에서 보수적 사상을 전파하는 학생 단체인 '터닝 포인트 USA'를 공동 창립했다. 이후 캠퍼스에서 여러 토론회를 개최하며 공격적인 스타일로 명성을 얻었다. 학생들에게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우파적 기독교 세계관에 도전하도록 유도하며 논쟁을 벌였다.

이러한 토론 장면들을 바탕으로 그는 X에서 500만 명, 틱톡에서 700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모았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청년 유권자 동원에 도움이 되었다.

그의 발언이 청년 보수층을 고무시키긴 했으나, 인종과 범죄 같은 사안에 대한 발언은 진보 진영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생전 커크는 총기 권리를 강하게 옹호하고, 낙태를 반대했으며,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 주장을 퍼뜨렸다.